본문 바로가기
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인도 학술 조사 이야기 (17) : 함께 묻힌 먼 옛날 그 시절 부부-연인들 (2)

by 초야잠필 2019. 3. 1.
반응형

신동훈 (申東勳·서울대 체질인류학 및 고병리연구실)


인더스 문명 시기의 부부합장묘란 인도인들에게는 단순히 남편과 아내를 사후 같이 매장한 무덤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왜 그런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아래 따로 쓰기로 하고-. 


사실 인더스 문명 시기 부부합장묘라고 보고 된 것은 우리가 찾은 라키가리 무덤이 처음은 아니었다. 


인더스 문명 유적 중에 로타르 (Lothal) 유적이라는 곳이 있다. 



Lothal 유적은 인더스 문명권 유적들 중에서도 가장 남쪽에 위치한다. 




인더스 문명 도시 유적의 전형적인 특징인 잘 구획된 도시 구조, 세련된 도시민의 생활유적, 발달된 금속문화의 흔적 등 흥미로운 발굴이 많았던 곳이라고 한다. 발굴 내역은 이미 보고서로도 나와있다. 




Lothal 유적의 우물과 배수로. 전형적인 인더스 문명기 도시유적의 특징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유적에서 위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나란히 묻힌 인골 2구가 함께 하나의 무덤에서 발견되었던 것이다. 이 발굴 보고가 있었을때 인도에서는 인더스 문명 최초의 부부합장묘를 찾았다고 무척 반향이 컸었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류학자의 정밀한 재검사 결과 이 인골 2구는 남자와 여자가 아니라 남자와 남자-. 따라서 이유는 모르겠지만 남자 두명이 함께 묻힌 상태로 판명 되었고 이에 따라 부부일 가능성은 사라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라키가리 유적에서 발견한 "부부합장묘"는 사실상 인더스 문명 유적에서 발견한 첫번째 부부합장묘였던 셈이다. 


이 부부합장묘는 2016년 하반기 조사 때 발견하였는데 인더스 문명 유적 최초의 발견이라는데 주목하여 이 내용을 간추려 학계에 보고하고자 하였지만...


예상 대로 학계 반응이 영 시원치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부부합장묘를 발굴현장에서 찾은 것은 학술적으로 의미있는 것이라고는 보기 어려울 테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물론 신기하기는 하지만 이런 것은 어디나 있다는 것이다. 인더스 유적에서 이런 것을 찾았다고 해서 학술적 의미를 따로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긴 이런 심사위원의 반응도 이해가 가는 일이었기 때문에 아쉽지만 이 보고를 국내에서 발행하는 영자 학술지에 출판하고 마무리 짓게 되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6개월 후. 


우리가 이미 이 발견을 잊기 시작한 시기에 느닷없이 이 소식이 해외 언론 보도를 뒤늦게 타게 되면서 인도 사회에 큰 화제가 되었다.

 

그 중 크게 보도가 나간 세 군데만 아래 링크해 보기로 하자. 


먼저 BBC에서 나간 기사


Harappa grave of ancient 'couple' reveals secrets (BBC NEWS)



CNN 발 기사. 비교적 센세이셔널 하게 썼다. ancient lovers...


Ancient lovers found in Indian burial site mystify and intrigue archaeologists (CNN NEWS)




다음으로 Times of India라는 신문은 인도에서 가장 권위지인데 여기서 다룬 기사가 비교적 자세하다. 일독을 권한다. 


In a first, ancient couple found in Harappan grave (TIMES OF INDIA)



그리고 다음으로 인도 현지 보도 동영상-. 



그렇다면 인도사회는 부부합장묘라는, 어찌 보면 단순하기 짝이 없는 이 발견에 왜 이렇게 열광한 것일까? 


물론 5,000년 전. 인더스 문명기의 부부가 함께 묻힌 무덤이라면 그 자체 사람들에게 로맨틱하게 들리는 스토리일 수 있겠다. 


무엇보다 우리의 보고가 있기 전에는 인더스 문명 시대의 무덤으로 부부합장묘가 "제대로" 보고 된 사례가 지금까지 단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점 외에도 인도사회의 이러한 열광적 반응의 뒷면에는 우리가 모르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하나 더 있었다... (계속)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