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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송은의 뮤지엄톡톡

줄줄이 유물 이야기-풀매와 맷돌

by 여송은 2020.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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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버니~~온주, 팔 아포서 더는 맷돌 못 돌리겠는데~~ 오라버니가 해주면 안돼요??"

 

"뭔 소리여유, 소도 때려 잡을 팔뚝이구먼...."

"참나! 이 팔뚝으로 한 번 맞아볼래요??"

 

"알았어유. 우리 고운 아가씨 옷에 먹일 풀 만드는거니, 지가 돌릴게유. 이리 나와유

 

"우리? 고운?  흥!!! 제가 할게요. 오라버니 하던 일 해요!" 

 

"참나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겨~~" 

 

 

 

용모양 풀매

39.0x34.0, 18세기, 석

풀을 만들기 위해 물에 불린 쌀이나 밀을 가는 작은 맷돌로 ‘풀매’라고 한다. 위짝에 갈 것을 넣고, 매손(맷돌 손잡이)을 잡고 돌리면, 곱게곱게 갈려 아래짝 고랑을 따라 흘러, 쭉 내밀고 있는 용의 입으로 나온다.

 

 

 

 

 

 

 

 

그냥 '맷돌'이라고 부르기에는 뭔가 섭섭하다.

'풀을 만들 때 사용하는 맷돌'이라는 역할이 분명하기에 특별히 이름 지어 '풀매'라고 불러준다.

 

 

그렇다면 풀매랑 그냥 맷돌이랑 어떻게 다르게 생겼을까?

 

우선, 맷돌은 동그랗고, 크기가 비슷한(지방마다 아래짝의 크기가 큰 곳도 있다) 위짝 아래짝 맷돌을 맞물려 놓았다. 그리고 매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리면 맞물린 맷돌 양옆으로 갈린 곡물이 흘러 나온다. 그래서 매판(맷돌을 얹힌 판)이나 함지 위에 올려 놓고 갈린 곡물을 받는다.

 

 

풀매는 조금 다르다.

일단, 옷감에 먹이는 풀을 만드는 역할이기 때문에 더욱 곱게곱게 갈려야 한다. 그래서 일반 맷돌과는 다르게 약간은 특수하게(?) 생겼다.

 

맷돌 아래짝을 높게 만든 다음, 갈린 곡물이 흘러나올 수 있도록 주둥이를 만들었다.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아래짝은 위짝보다 조금 더 넓게 만든 다음, 가장자리에 고랑을 팠다. 갈린 곡물은 이 고랑을 따라 졸졸졸 흐르다 쭉 내민 용의 입으로 나온다. 그럼 상대적으로 크기가 크고 거친 입자들은 걸러지고, 곱게 갈린 것들만 나올 것이다. 

 

이 풀매는 좀 더 특별하게 아래짝을 용의 얼굴로 만들었고, 옆을 넝쿨문양으로 조각하였다. 풀매 하나에도 이렇게 정성스럽게 만든 걸 보니, 일반 언년이네 집에서 사용하던 건 아니었을 듯 하다.

 

 

 

 

 

 

맷돌

102.3×87.0 (전체) 34.2×48.4 (맷돌) 61.3×12.1 (매판), 19세기, 화강석
나무로 만든 매판 위에 맷돌을 올려 놓았다. 빙글빙글 맷돌을 돌리면 갈린 곡물이 저 아래 있는 넙적한 함지에 받아질 것이다.

 

 

 

 

 

 

"가는 김에 우리 온주 옷도 풀 먹여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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