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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과 독도 분쟁(2005. 05. 04)

by taeshik.kim 2021.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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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27 05:04:03
엠바고 1차 : 2005.02.27 05:04:03

<초점>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과 독도 분쟁-(1)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최근에 터진 다카노 도시유키(高野紀元) 주한 일본대사의 이른바 독도 관련 발언을 비롯해 일본이 '다케시마'(竹島)라고 부르는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할 때마다 한국은 거의 압도적으로 '망언'으로 규정한다. 

망언이란 글자 그대로는 '미친 놈이나 할 소리' 혹은 '노망 든 사람이나 지껄이는 소리' 정도를 의미하므로 그런 말에 대해서는 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논리를 암묵적으로나 명시적으로 깔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다케시마' 발언이 망언으로 규정됨으로써 그들이 그렇게 주장할 수 있는 빌미 또는 근원적인 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우리는 곧잘 빠뜨리고 만다.

 

독도를 일본령에 편입해야 한다는 운동을 집요하게 벌인 것으로 유명한 미국인 윌리엄 시볼드. 맥아더사령부 주일정치고문을 지낸 그의 활발한 외교 행적을 보여주는 이 사진은 당시 목포대(현 이화여대) 정병준 교수가 2005년 공개했다. 사진은 1951년 1월 31일, 도쿄 한 리셉션장에서 환담하는 (왼쪽부터) 존 포스터 덜레스 미국대통령 특사와 윌리엄 시볼드 주일미국대사와 요시다 시게루 일본수상.

 

역사적·현재적 조건에서 독도가 대한민국의 독점적 주권이 미치는 대한민국의 영토임이 분명하므로, 이곳이 자국 영토라는 일본측 '망언'에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곳을 우리가 합법적으로 지배하고 점유하고 있는데 일본측 주장에 부화뇌동할 까닭이 우리에게는 하등 없기 때문이다. 이는 독도 분쟁에 대한 한국정부의 공식 자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일본은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다케시마' 발언을 계속하고 있는가?

이유나 근거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결국은 그들의 주장은 늘 이곳에서 출발해 이곳으로 다시 돌아온다. 이곳이 바로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이다.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은 과연 무엇이며 도대체 거기에서 무슨 일이 다뤄졌기에 이를 빌미로 일본은 독도를 자국영토가 되어야 한다고 집착하는가?

 

독도를 일본령에 편입해야 한다는 운동을 집요하게 벌인 것으로 유명한 미국인 윌리엄 시볼드. 맥아더사령부 주일정치고문을 지낸 그의 활발한 외교 행적을 보여주는 이 사진자료는 2005년 당시 목포대(현 이화여대) 정병준 교수가 공개했다. 사진은 1950년 10월 15일, 웨이크섬에서 트루먼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도쿄로 귀환하는 맥아더 연합군사령관(왼쪽에서 세번째). 뒤로 윌리엄 시볼드 주일정치고문(왼쪽에서 두번째)이 보인다.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Treaty of Peace with Japan)은 '1951년 일본과의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San Francisco Peace Treaty with Japan in 1951)이라는 별칭이 보여주듯이 1951년 2차세계대전 전승국 집합체인 연합국들이 일본과 전후처리  방안에 대해 합의하고 이를 통해 항구적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체결한 조약이다. 

이 조약이 왜 중요한지는 여기에서 규정된 국제질서가 바로 현재의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근간을 이룩하고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단적으로 확인된다. 근간이 된다 함은 그것이 현재도 구속력이 있다는 의미와도 통한다.

현재의 국가간 동아시아 경계, 즉, 영토의 범위도 이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을 통해 획정된 선에서 크게 변함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51년 9월 4일에 시작해 그달 8일에 끝난 이 평화조약은 협상 주체가 명목상 52개 연합국과 패전국 일본의 양측으로 돼 있으나, 실제는 미국과 영국이 주도했다. 

이 샌프란시스코 회담에서 연합국 중 인도와 유고슬라비아, 버마(현 미얀마), 중국은 대표를 보내지 않았다. 9월 8일 조인되고 이듬해인 1952년 4월 28일에 발효된 이 평화조약에 체코슬로바키아와 소련, 폴란드의 3개국을 제외한 49개국이 서명했다.

일본에서는 요시다 시게루 수상이 서명했다. 
(계속)

<초점>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과 독도 분쟁-(2)

이 평화조약은 전문(前文)과 본문 7장(chapter)으로 구성된다. 본문 7장은 다시 27개에 달하는 조(article)로 세분된다. 각 장(章)과 조는 편목이 다음과 같다.

▲ 1장 평화(PEACE) : 제1조 ▲ 2장 영토(territory) : 제2~4조 ▲ 3장 안보(security) : 제5~6조 ▲ 4장 정치·경제조항(political and economic clauses) : 제7~13조 ▲ 5장 청구권과 재산(claims and properties) : 제14~21조 ▲ 6장 분쟁해결(settlement of disputes) : 제22조 ▲7장 결론조항(final clauses) : 제23~27조. 

하지만 2차대전 전후처리와 각종 분쟁 해결을 표방한 이 평화조약은 이후 그 해석을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을 유발한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영토분쟁이다.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이 영토를 어떻게 획정했기에 그럴까?

 

독도를 한국 영토로 표시한 미국 국무부 1949년 지도. 정병준 이화여대 교수가 2010년 공개한 지도다. 미 국무부가 1949년 11월2일 '대일평화조약' 초안에 첨부할 목적으로 작성한 지도다. 새뮤얼 보그스(Samuel W. Boggs) 당시 미 국무부 지리담당관이 기초한 이 지도는 울릉도 남동쪽에 작은 원형 점선으로 그린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명확히 한다. 지도와 함께 작성된 '대일평화조약' 초안 본문도 "일본은 한국 본토 및 근해의 섬들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며, 여기에는 제주도, 거문도, 울릉도, 리앙쿠르암(독도)가 포함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지도와 독도 관련 조항은 미국이 일본을 아시아 '반공의 보루' 동맹국으로 삼으려는 정책을 펴면서 1951년 샌프란시스코평화회담 최종 조약문에서 빠지게 된다. 

 

먼저 제2장 '영토' 제2조에서는 △ 한국에 대한 독립 인정과 한국에 대한 모든 권리(right)와 권원(title)과 청구권(claim) 포기 △ 대만(Formosa)과 팽호도(the Pescadores)에 대한 모든 권리 포기 △ 쿠릴열도와 사할린 및 그(사할린) 부속 섬들에 대한 모든 권리 포기 △ 태평양제도에 대한 권리포기와 유엔의 신탁통치 실시 인정 △ 남극에 대한 모든 권리 포기 △ 남사군도(Spratly Islands)와 서사군도(the Paracel Islands)에 대한 모든 권리포기라는 6개 항을 규정하고 있다.

이어 같은 장 제3조에서는 난세이 열도 남쪽, 류큐 열도와 다이토 열도를 포함하는 북위 29도 이남 지역에 대한 유엔의 신탁통치를 규정하고 있다.

요컨대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은 과거 일본이 강제로 침탈하고 강제로 점유한 지역(혹은 국가)들에 대한 영토는 일본에 의한 강제 침탈 또는 점유 이전 상태로 돌리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널리 알려져 있듯이 1943년 12월 1일,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과 처칠 영국수상, 장제스 중국 국민정부 주석의 이름으로 발표된 카이로선언을 계승하고 있다. 즉, 이 선언에서는 "일본은 또한 폭력과 탐욕에 의해 탈취한 모든 지역에서 구축되어야 한다"(Japan will also be expelled from all other territories which she has taken by violence and greed)라고 규정했던 것이다. 

한데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에 포함된 이들 지역 그 대부분이 현재까지도 격렬한 영토 분쟁에 휘말려 있으며, 더구나 이들 모든 분쟁지역에 일본이 늘상 개입돼 있다는 사실은 매우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독도가 한국령임을 증명하는 자료 중 하나로 널리 활용하는 자료 중 하나로 1950년 미국이 샌프란시스코회담을 준비하면서 활용한 지도. 그러나 미국은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에서 독도가 한국령이라는 어떠한 명확한 주장도 하지 않았다. 

 

독도의 경우 그 정당성 문제야 차치하고라도 한국과 일본간의 문제이지만, 일본은 독도뿐 아니라 쿠릴열도 4개 섬에 대해서는 러시아와 쟁투를 벌이고 있고, 중국 대만과는 조어도(센카쿠 열도)에서 일전을 감행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이 현재 개입돼 있는 영토 분쟁은 독도 하나만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은 명백하고, 나아가 그런 분쟁의 모든 씨앗이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중·고교 역사 관련 수업에서나 한두 번 듣고 말았을 법한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은 영토 문제를 비롯해 이처럼 현재의 동아시아 국제질서를 규정·구속하고  있는 거대한 밑그림이다. 
(계속) [2005.02.27 송고]

<초점>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과 독도 분쟁-(끝)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은 한국과 관련된 영토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가? 그것은 앞서 지적했듯이 제2장 제2조 (a)항에 다음과 같이 담겨 있다.

"일본은 한국의 독립을 인정하면서 퀼파트와 해밀튼 항구와 다줄렛과 같은 여러 섬을 포함하는 한국에 대한 모든 권리, 권원과 청구권을 포기한다."(Japan recognizing the independence of Korea, renounces all right, title and claim to  Korea, including the islands of Quelpart, Port Hamilton and Dagelet.) 

퀼파트(Quelpart)는 제주도이며, 해밀튼 항구(Port Hamilton)는 거문도, 다줄렛(Dagelet)은 바로 울릉도를 가리킨다. 모두 서구에서 명명한 이름이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바로 이 조항에서 출발한다. 독도를 한국영토로  규정한 곳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한국측 반박 논리 중 하나가 독도를 일본영토로 규정하고 있지도 않다는 것이다. 

예컨대 수천 개에 달하는 일본의 섬들은 개개 이름을 열거하면서 그것들을 일일이 일본영토로 규정하고 있는가를 묻는다. 대마도의 경우도 그것이 일본 영토에 속한다는 규정이 없다. 같은 논리대로라면 대마도는 한국영토가 될 수도 있다. 

독도를 포함해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을 빌미로 일본이 각지에서 제기하고 있는 영토분쟁은 사실 평화조약 그 자체가 제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다른 무엇보다 이 평화조약에 국가간 영토를 지도로 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한 영토 규정도 조약 그 자체로는 모호하기 짝이 없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하고 많은 한반도 부속 섬 중에서도 유독 제주도와 거문도와 울릉도의 3개만을 거론함으로써 거기에서 제외되는 다른 섬들의 귀속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여지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기 때문이며, 실제 이런 조약 그 자체상의 미비점을 빌미로 일본은 독도 분쟁을 계속 유발하고 있다.

이번에 목포대 정병준 교수가 발굴한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 초안에 포함된 영국정부의 지도는 이런 점에서 비상한 주목을 해야 한다. [2005.02.27 송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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