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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칡 모노가타리

by taeshik.kim 2020.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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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게이 꽃이다.
이 칡이 가난의 탈출구이기도 한 적이 있다.

내가 중학교에 다닐 무렵이었다고 기억하는데 그 무렵 우리 동네에 누가 차렸는지는 알지 못하는 칡공장이란 괴물이 등장했다.

여기선 동네 사람들이 캐어다 나른 칡을 분쇄해선 즙을 만들고 칡가루를 생산했다.

킬로그람당 얼마씩 받았다고 기억하거니와 당시 시세로 봐도 칡캐느라 들인 공력에 견주어 값은 형편없었다고 기억하지만 이걸로 쏠쏠한 벌이가 됐음도 부인할 수 없다.

칡은 주로 겨울철에 캤다.
꽝꽝 언 땅을, 그것도 가시덤불 천지인 온산, 그리고 벼랑을 뒤져가며 칡을 캤다.

 

 



손발이 부러텄다. 그 무거운 칡은 먼산, 높은 산에선 지게로 져다 신작로로 내려와선 리아카나 경운기에 실다 공장에 갔다줬다.

우리 집엔 경운기가 없었다.
한 바리 싣고가서 돈 몇푼 받아올 때면 그리 기분이 좋았다.
한데 문제는 다음에 일어났다.

그 무렵 태풍이 몰아쳤는데 온산에 사태가 났다.
사태난 곳을 보면 주로 칡을 캔 장소가 진원지였다.

칡 캐낸 곳에 파고든 물이 사태를 일으켜 인가를 덮치곤 했는데 우리 뒷집이 바로 산 아래라 일가족이 몰살할 뻔 했다.

(2015.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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