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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호號와 시호諡號, 그에 숨은 뜻은?

by taeshik.kim 2020.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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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설(號說)과 시장(諡狀)》-자신의 이름을 공경한 선현들의 이야기-

 

(사)전통문화연구회는 지난 2020년 10월 23일에 인물의 호(號)와 시호(諡號)가 지어진 연유를 밝히는 글인 《호설(號說)과 시장(諡狀)》(부제:이름을 공경한 옛 선비들)을 발간하였다.

 이름은 부모나 집안의 어른이 지어주지만, 호는 스스로 짓기도 하였으며 또 스스로 호를 지은 뒤에는 스승이나 벗에게 호설을 써줄 것을 부탁하는 경우가 많았다. 호와 호설은 그 인물의 사상, 성격, 기호, 거처, 처지 등이 잘 드러나 있다. 시장은 나라에 큰 업적을 남긴 사람이 죽었을 때 조정에서 그의 행적을 적어 왕에게 올리면서 그에 적합한 시호를 지어주기를 청하는 글이다. 시장을 통해 그 사람의 시호가 지어진 이유를 따라가다 보면, 그 사람의 행적과 지향했던 가치를 알 수 있다.

 《호설과 시장》은 우리 선현들의 호설과 시장 가운데 좋은 글들을 선별하여 엮은 것이다. 이는 (사)전통문화연구회에서 지난 1997년 11월 10일에 발행한 《선현(先賢)들의 자(字)와 호(號)》의 속편이라고 할 수 있다. 《선현들의 자와 호》가 자와 호 및 시장의 특징과 작법에 대해 풀이한 일종의 이론서였다면, 《호설과 시장》은 선현들의 실제 호설과 시장을 뽑아서 번역한 것으로, 선현들이 호와 시호 속에 담았던 가치관과 인생관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고명사의(顧名思義)라는 성어가 있다. 이는 어떤 일을 당하여 자신의 이름을 더럽히는 일이 아닌지 돌이켜 보고, 또한 의리에 어긋나는 일이 아닌지 생각한다는 말이다. 선현들은 이처럼 자신의 이름과 호가 지니고 있는 뜻을 돌이켜보며, 그 뜻에 맞게 살았는가를 반성하였다. 호를 지어 수양(修養)의 방편으로 삼은 것이다. 《호설과 시장》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공경한 옛 선현들의 경명(敬名) 의식을 되새겨 자신을 사랑하고 성찰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


- 본문 속으로

대저 사람이 사람들 사이에서 여(旅 나그네) 노릇하고 지내면서 그 도리를 지킬 수 있어서, 그 의의를 실추시키지 않기를, 안으로는 내 마음에 부끄러워할 일이 없게 하고, 밖으로도 또한 여관 주인[천지(天地)]에게 부끄러울 일을 하지 않았다면, 나는 마음이 이로써 흡족하게 되고, 남들도 또한 여(旅) 노릇을 잘했다고 말하게 될 것이다. 만약 그 도리를 지키지 못하여, 추구해서는 안 되는 것을 추구하면, 또한 의리에 맞는 평안함을 누릴 수 없게 될 것이고, 행해서는 안 될 것을 행하게 되어서, 혹 여관에서 남의 신발을 훔치는 일도 있고 남의 돈을 빼앗는 일도 있게 된다면, 여관 주인이 추하게 여기는 사람이 되지 않겠는가. 그 추하게 여기는 사람이 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만약 더욱 심한 짓을 하다가, 감옥에 갇혀서 형벌을 받는 데에 이르게 되기를 몸이 죽은 이후에야 그치는 자까지 있으니,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여헌(旅軒) 장현광(張顯光 1554~1637)의 <여헌설(旅軒說)> 중에서

선생처럼 큰 뜻을 지녔다 해도 본시 그 성취를 기약할 수가 없었으니, 또한 위기를 맞아 낭패를 당해 죄를 범했다는 누명을 쓰고 굴러 엎어짐을 당하지 않았으리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이 사림들이 길이 한스럽게 여기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 때문에 선생이 인간세계를 헌신짝 버리듯이 버리고 훨훨 멀리 하늘나라로 떠나게 된 듯하니, 선생에게는 본시 유감으로 여길 것도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교화를 베풀고 남겨 놓은 말과 글은 후학들을 계도하기에 족하고, 남겨놓은 풍치와 여운은 쇠미해진 습속을 크게 깨우쳐 바로잡기에 족하니, 그렇다면 선생의 도가 비록 생존시에는 크게 행해짐에 미치지 못했다 해도, 선생의 은혜로운 혜택이 후세에 무궁토록 전해지며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으니, 아마도 이 또한 하늘의 뜻이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정귀(李廷龜)가 광해군(光海君)에게 올린 율곡(栗谷) 이이(李珥)의 시장(諡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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