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학예연구직으로 사는 법
[지자체 학예연구직으로 사는 법]
<사례>
△△△도 ☆☆군 학예연구사 P선생. P선생도 처음엔 열정이 가득했던 학예연구사였다. 매일 야근하고 주말에도 행사를 쫓아다니는 바쁜 생활이었지만, 학예연구사로서 지역의 역사와 문화재를 빛내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에 힘든 줄 몰랐었다. 그러나 10년, 15년, 20년, 25년.... 같이 근무하던 다른 직원들이 시간이 지나서 승진하는 모습과 25년 째 학예연구사이자 실무관으로 살아가는 나의 현실이 마주하자 이 생활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25년 차 P선생에게서 더이상 학예연구사로서 사명감과 책임감, 열정 가득했던 발령 초기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마침 이번 정기인사에서 20년 전 P선생의 밑에서 문화재 업무를 배우던 직원이 6급이 되어 문화재팀장으로 발령받았다. P선생은 조직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동시에 그나마 남아 있던 일할 의욕도 사라졌다.
(특정 지역과 인물하고 아무 상관없이 만들어낸 가상의 상황입니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연구직 및 지도직 공무원의 인사관리 체계의 특징은 9계급 체계로 운영되는 일반공무원과 달리 2계급 체계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2020/09/05 - [우당당탕 서현이의 문화유산 답사기] - 학예연구사, 연구직 공무원에 대한 궁금증
그러나 대부분 9계급 체계로 운영되는 직제 속에서 학예연구사의 현실적인 직급은 어디쯤 해당할까?
「연구직 및 지도직공무원의 임용 등에 관한 규정」 제13조 1항에 의하면,
연구관이나 지도관으로의 승진임용은 공무원임용령 제34조에 따르되, 같은 조의 “6급 공무원”은 “연구사나 지도사”로, “5급 공무원”은 “연구관이나 지도관”으로 본다.
이 규정대로라면, 학예연구사인 P선생은 6급으로서 팀장 보직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같은 규정 제14조 1항에 따라 재직연수가 5년 이상이면 연구관으로 승진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이처럼 제도적으로는 연구사에서 연구관으로 승진이 가능하지만 대부분 지자체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가상으로 만들어낸 사례이지만, 이러한 사례가 정말 현실에 존재한다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지자체에서 학예연구사로 근무하면서 팀장 보직을 받으려면 평균적으로 최소 10년 이상이 되어야 한다. 그것도 학예연구사로서 정말 ‘미친 듯이’ 일해야 얻는 결과이다. 그러나 이렇게 팀장 보직을 받는 것도 일부 지자체의 상황일 뿐이다.
그렇다면 현재 전국 지자체에서 팀장 이상 보직 또는 연구관 승진 비율이 얼마나 될까?
각 광역별 학예연구회의 도움을 얻어 확보한 학예연구직 명단을 근거로 아래와 같이 승진 비율을 따져보았다.
(단, 확보한 명단이 전체 인원은 아니며, 근무 연수까지 고려한 것이 아니므로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다. 명단은 개인정보로 공개하지 않음을 밝힌다.
그러나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학예연구직을 채용하기 시작한 것이 20년 전부터이고, 그로부터 꾸준히 학예연구직이 늘어났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와 같은 수치가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강원도 : 34.29%
- 경상북도 : 25.81%
- 충청남도 : 18.42%
- 전라남도 : 15.52%
- 충청북도 : 12.9%
- 경기도 : 12.64%
- 전라북도 : 6.78%
- 경상남도 : 9.8%
상대적으로 학예연구직을 일찍부터 채용한 강원도와 가장 많은 학예연구직이 있는 경상북도는 비교적 승진 비율이 높은 반면, 나머지 지역은 대부분은 10%대이며, 이보다 낮은 지역도 확인된다.
최근 광역자치단체가 아니라 기초자치단체에서도 연구관 승진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현상으로 볼 때, 과거에 비하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는 지역별로 지자체장의 의지와 관심에 따라 편차가 크다. 무엇보다 학예연구사는 규정에 의해 6급 공무원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그에 맞는 보직을 받는 것 또는 연구관 승진이 어렵다는 것이 문제이며, 현실이다.
(각 선생님들의 사진은 페이스북 프로필 사진을 가져왔음을 밝힌다.)
위 사례의 P선생의 경우처럼 업무의 전문성과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개인의 사기저하는 물론이고 조직 내에서도 목표달성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지자체에서도 당연히 직무의 난이도와 책임성을 기준으로 승진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인사관리체계로 개선되어야하고, 학예연구직도 공평하게 승진의 기회를 가져야 하며, 이는 학예연구직이 마땅히 보장받아야할 권리이기도 하다.
현실이 이러하기에 지자체 학예연구사들이 소신을 갖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전국학예연구회는 학예연구직 전문인력 채용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을 다시 한 번 요청한다.
1. 문화재, 박물관 업무에 학예연구직 전문인력을 법정 배치할 수 있도록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과 <문화재보호법> 내에 전문인력 자격과 기준을 포함하도록 개정하라!
1. 공립박물관은 유물 수량과 면적에 따라 학예인력 배치를 늘리고 관장에 학예직을 배치하도록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개정을 요구한다!
1. 문화재 업무는 해당 지자체의 지정문화재 수량과 매장문화재 면적 등에 비례하여 학예인력을 배치할 수 있도록 <문화재보호법> 개정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