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못본 구라파 유람기] (4) 코딱지 만한 센강
이 구라파 유람은 나로서는 난생 처음으로 시도한 자유여행이었다.
기자입네 해서 업무로 해외로 나가는 일은 예외없이 주최 측에서 준비한 대로 나는 따라다니기만 하면 됐다.
그와는 관계 없는 다른 여행이라 해도, 그에서 내가 주도적으로 나서 본 적이 없어 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 까닭에 내 손으로 비행기나 숙소 예약을 해 본 적도 없으니, 할 줄도 몰랐다.
그렇다고 지금 내가 그에 익숙한가 하면 여전히 젬병 신세를 면치 못한다.
이런 놈이 덜커덩 파리를 오가는 벵기와 그 첫 기착지인 파리에서 머물 하꼬방 같은 이틀치 호텔, 그리고 로마로 넘어가는 벵기표 세 가지만 예약하고 출발했으니, 나보다 마누라가 더 걱정했던 것이 사실이다.
뭐 지하철이니 버스니 하는 대중교통 이용하는 방법도 몰랐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그걸 미리 공부하고 온 것도 아니었다. 난 그리 준비성이 강한 사람이 아니다.
우당탕한 그런 파리 첫날이 갔다. 이젠 혼자 헤쳐나가야했다.
그래도 나는 장점이 있으니, 지도에 강하다.
구글맵을 제대로 사용한 적도 거의 없지만, 그걸로 대강은 내가 가야 할 방향은 안다.
숙소는 부러 에펠탑 인근을 골랐다.
한창 휴가철이라 아마 비쌌을 것이다.
똑같은 조건에 다시 파리를 간다면, 도심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그만큼 자신이 붙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첫날밤을 보내며 내일 행선지를 생각했다. 호텔에 구비된 파리 지도랑 구글맵을 짬뽕해서 보니 대략 코스가 정해졌다.
파리는 물론이요 프랑스가 처음인 나는 우선은 파리 시내를 관통하는 세느강변을 걷기로 했다.
숙지를 위한 선택이기도 했으니, 그 상류를 따라 몇 킬로미터를 가면, 루브르박물관과 노틀담성당이 있어, 그 코스를 선택했다.
파리라면 나처럼 문화재로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루브르가 최우선이겠지만, 나는 그 이전에 명색이 한때는 실패한 영문학도다.
그런 나에게는 루브르보다 실은 노틀담이 먼저 닿기 마련이다.
어찌 빅토르 위고를 지나치겠는가? 그의 《노틀담의 꼽추》는 먼 옛날 아마도 삼중당문고로 읽은 적이 있으니, 이래 이 성당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일기 마련이다.
한데 지도를 보니, 루브르와 노틀담은 붙어있다시피 했다. 잘됐다 싶어, 이 코스를 선택했다.
우선은 강변을 걸어보리라.
맵으로 찍힌 거리가 호텔에서 대략 4킬로미터인가였다. 호텔에서 강변까지는 아주 가까웠다.
먼동이 턴 직후 강변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카메라 한 가방 울러 매고는 상류로 터벅터벅 걸었다.
뭐 똥침 맞은 것처럼 쫓기지 않으니 편안했다. 여길 가야 한다거나 몇 시까지 도착해야 한다거나 하는 강박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그런 말은 많이 듣기는 했으나, 실제로 마주한 세느강은 코딱지만했다.
뭐 강이 커야하겠냐만, 청계천보다 조금 강폭이 넓은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곧이어 만난 로마 시내를 관통하는 티베르강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긴 이전에 만난 런던을 관통하는 템즈강 역시 코딱지다.
내가 한강에 너무 익숙한 까닭도 있을 것이다.
이런 세느강이 나중에 본 티베르강과 완연히 다른 점은 수운 이용 현황이었다.
세느강은 코딱지만한 강을 연신 배들이 왕래하며 사람과 물자를 나르는데, 티베르강은 전연 그러지 못했다.
세느강이 제아무리 수량이 많고, 계절이 따른 변동이 적다 해도, 꾸준한 준설이 없으면, 배가 운항할 수는 없다.
아마 주기적인 준설이 있을 듯한데 그런 사정을 알 수 없으니, 혹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는 사람은 덧보태주기 바란다.
세느강 또 하나 특징이라 할 만한 것으로는 다리가 졸라 많다는 점이다.
툭하면 다리가 나타난다. 뭐 말할 것도 없이 대부분은 철근 콘크리트다.
그에다가 무슨 스토리텔링 비스무리한 걸 부여해서는 요란스럽게 떠들지만 뭣도 아니다. 사연 없는 다리 있겠는가?
우리는 영도다리가 있지 아니한가? 한강철교도 있고? (2017.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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