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아크로폴리스
내 세대 세계사를 중고교 시간에 접한 사람들은 저 아크로폴리스acropolis란 말이 실은 박혁거세 고주몽 부여온조보다 더 친숙하다.
뭐라 배웠는지 정확히 기억에는 없지마는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라면 모름지기 구비하는 산상 도시로 정치 문화 중심 역할을 하며 신전이 있다 뭐 이런 식이었다 기억한다.
그래 맞다. 그리 친숙하지만 좀체 그 실제를 마주하기 힘들었으니 그림의 떡 그거였다.
내 세대야 해외여행도 서울올림픽 즈음해 비로소 규제가 풀렸으니 그럼 뭐하는가? 당장 입에 풀칠 하는 일이 급해 남들 다한다는 무전취식 여행도 못해 보고선 생업전선에 뛰어들어 죽자사자 일만 했다.
그런 내가 반백이 넘고 환갑을 앞두고서야 비로소 그 아크로폴리스를 내 눈으로 접하게 되니 생각할수록 얼마나 억울한지 모르겠다.
그래 맞다. 한이 되어, 살아온 날이 억울해서라도 이제라도 미친 듯이 그런 현장 찾아 걸신걸린 듯 돌아본다.
이런 나를 애닯게 봐 달라? 그럼 내가 더 불쌍해지잖아.
아테네 아크로폴리스는 상대로 일찍 봤다지만 것도 반백에서나 가능했고 겨우 사진 영상으로 보던 거길 밟고서니 또 억울했다.
왜 이제서야? 원통하고 분했다. 그곳이 좋아서였겠는가? 천만에. 보고 듣던 그거랑 눈꼽만큼도 다른 게 없었다.
그 눈꼽만큼도 다른 게 없다는 걸 확인하는 데 걸린 시간이 원통했다.
이번 그리스 여행에서도 걸신 걸린 듯 아크로폴리스만 보이면 천리마다 않고 달려간다.
코린토스 달렸고 산토리니는 아크로폴리스라 하기엔 저어되지만 암튼 산꼭대기 티라 유적 찾아 올랐으며 지금 이곳 로도스에선 남쪽 린도스를 거쳐 오후엔 로도스 아크로폴리스도 밟았다.
이제 어떤 놈에 견주어서도 아크로폴리스는 내가 많이 봤다 하게 됐다.
그게 중요한가?
솔까 하나도 안 중요한 거 안다.
오직 내 원통함만 조금은 풀었노라, 응어리 조금은 녹였노라 해둔다.
이런 불쌍한 세대는 내 세대로 끝장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