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티아 안티카 Ostia Antica, 또 하나의 폼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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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복판을 관통한 테베르강이 바다로 흘러드는 어구에 오스티아 안티카 유적이 있다.
그 제일 후미진 곳에서 보면 바다로 흘러가기 직전 테베르강이 흐르는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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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적이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정비되었는지는 따로 조사를 해 봐야 할 테고
로마시대 도시 유적 하나가 통째로 보존됐다 생각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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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적이 얼마나 광활한가 하면 그 유적 입구에서 끄터머리까지 아무짓도 하지 않고
잰 걸음으로 종점을 찍고 돌아오는 데만도 한 시간 이상은 너끈히 걸릴 것이라는 데서 짐작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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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도시가 간선도로 하나만을 중심으로 그 양옆으로 발전한 것도 아니요 요즘 도시와 진배없이 둥글게 퍼져 나간 까닭에 한도 없다.
비록 지붕은 다 날아갔지만 그 건물터 대부분은 비름빡까지 남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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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보면 이 도시가 한창 번성할 이천년 전 모습을 상상하면 기가 찬다.
모르긴 해도 통일신라 번성기 때 경주나 고려시대 개경 혹은 조선시대 한양에 버금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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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고 입맛만 다시던 이곳을 돌아보며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다.
진즉에 왔어야 하나 연이 닿지 않았으니 그야 팔자 소관으로 돌리고
정리하면 저 도시 유적은 통째로 하루를 퍼부어도 모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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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광활하다.
비록 자연 폐기하는 수순을 밟는 바람에 단 한 순간에 몰살한 폼페이에 비견하기는 좀 그렇겠지만
단언하건대 저 오스티아 안티카는 또 하나의 폼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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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들어서는 순간부터 부닥치는 새로움들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바람에
나중에 대략 훑고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중간 지점에서 그만 넉다운하고 말았다.
안에 카페가 있고 박물관도 있지만 박물관은 한 시인가 좀 넘으니 문을 닫아버려 결국 박물관은 구경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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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결국 경험에서 기인하니 혹 다시 갈 일이 있다면,
또 이곳을 심층 답사하려는 분들은 이를 참조해 우선 박물관부터 돌아보고 현장을 들쑤시고 다니라 조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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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쪽 분야 인사 중에서도 저를 댕겨왔단 이가 가끔 보이나
폼페이 에르콜라노를 가도 부러 저곳을 찾는 사람은 아주 드문 것으로 안다.
하지만 한국고고학이 그 현장을 어찌 팔아먹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은 꼭 들러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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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저에서 무엇을 얻었다 배웠다는 망발은 차마 하지 못하겠다.
이곳 유럽이 고고학 장사를 어찌 하는지는 한시도 우리가 관심을 놓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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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대 오늘인가 어제인가도 이를 고민하는 자리가 있었다 하는데
다시금 부탁하지만 고고학 내가 좋다 해서 남들도 고고학을 좋아하리라는 환상은 하루 빨리 청산해야 한다.
아이고..애초 이 말하려 꺼낸 말은 아닌데 찌께다시가 메인디시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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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설로 치부해도, 또 다 아는 이야기라 핀잔해도 상관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