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S & MISCELLANIES

고흐는 이쑤시개만 걸어놔도 대박친다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2. 1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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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를 내건 국박 비엔나전. 유감스럽게도 클림트는 쪼가리 몇 점만 왔다.

 
연전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들렀을 때다.

마침 특별전 두 개를 동시에 하고 있었는데 다른 한 친구는 내가 찍은 사진을 봐야겠지만 암튼 나한테는 생소한 인물이지만 그런 대로 서양 미술사에서는 중요한 인물인 듯했고, 다른 하나가 고흐였다. 

이 생소 화가 전시실은 파리가 날렸다.

반면 고흐 전시실은 도대체 발조차 디딜 수 없음은 물론이요 아예 입장 자체가 하세월이라,

나는 물끄러미 그 길게 선 줄, 그리고 저 먼 데로 보이는 전시실 내부 입구 쪽 풍경만 보다가는 도저히 오늘 안에는 들어가기 글렀다 하고선 다른 데로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흔히 한국 미술 애호가를 두고선 인상파만 죽도로 혹닉한다 하지만, 천만에!

한국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유럽 천지사방 둘러봐도 그쪽 또한 마찬가지라, 인상파에 환장한다.

개중에서도 고흐 인기는 가히 언터처블이라 가는 데마다 무슨 고흐 전시가 그리 많고, 또 가는 데마다 그런 전시는 왜 그리 북새통을 이루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저 오르세 고흐 특별전 나온 김에 웃기는 얘기. 

같은 고흐 작품이라 하지만, 익히 알려졌듯이 이 오르세 미술관에는 본래 상설 전시 코너에 그 유명한 귀 붕대 고흐 자화상이 걸려 있었다.

그것 말고도 서너 점 더 고흐 작품이 있었다고 기억하는데, 마침 저때는 특별전에 즈음해 그 같은 작품이 모조리 그 상설실을 탈출해 기획전시실로 기어 들어갔다. 

상설전시 코너에서도 물론 고흐 자화상은 인기이기는 하지만, 그런 대로 편안한 감상이 가능했다.

조금 기다리면 나도 그 앞에 서서 나도 봤노라 증명 사진 찍기가 어렵지는 않았다. 

한데 같은 작품인데도 특별전시실로 기어들어가니 온갖 잡탕이 벌어져서 북새통이 빚어졌다. 

인근 로댕미술관에도 고흐가 로댕한테 선물로 준 자기 자화상이 있다.

이 작품 일본 우키요에 영향을 크게 받고, 심지어 그 배경에 느닷없이 후지산을 박았을 정도니, 이 로댕박물관에서 그 자화상은 실은 평소엔 파리가 날린다.

그냥 편안하게 내 맘껏 감상한다. 

한데 이 자화상이 그 즈음인가 언제 아마 국내에 들어온 일이 있을 것이다.

꼭 그 작품만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이 전시 대박을 친 것으로 안다.

왜? 고흐니깐!

얼마전, 작년 연말 나는 유럽 장기 여행 중 런던 내셔널갤러리를 들렀다.

이곳에서도 아니나 다를까 고흐 특별전을 개최 중이었다.

영국 국공립 박물관미술관은 공짜지만, 이런 특별전은 돈을 별도로 받는다.

얼마였는지는 기억에 없다. 암튼 이 특별전 역시 사람이 버글버글했다. 

더 웃긴 사태가 벌어졌다. 이 내셔널갤러리 인상파 코너에는 그의 그 유명한 대형 해바라기 그림이 걸렸지만, 역시나 특별전 한답시고 쏙 그쪽으로 빼가는 바람에, 상설전시실에 고흐 그림이라고는 씨가 말랐다. 

같은 그림에 심지어 같은 장소임에도 특별전이나 상설전시냐에 따라 대접이 이리 다르니 왜 이럴까?

간단하다. 고흐니깐!

근자 저 고흐만큼 인기 있는 작가가 클림트다.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클림트 이름 내건 비엔나 미술전시가 열리는 중인데, 실제 클림트 그림은 코딱지 만한 몇 점 덜렁 있을 뿐이다. 

함에도 클림트라 해서 대문짝 만하게 그 특별전 제목만 보면 마치 클림트 전문 전시인양 착각하게 만들어놨으니 왜 클림트일까?

간단하다. 클림트니깐.

클림트는 팔리니깐!

피렌체였던가?

얼마 전 내가 이 도시를 얼쩡거릴 적에 그렇게 크게 이름은 없는 한 미술관 앞을 지나는데 클림트 특별전을 한다는 현수막을 요란스럽게 붙여놨다.

잉? 이 미술관에 클림트 작품은 없을 텐데? 

하고선 의아함을 품고서 그 입구에서 들어가 볼까 말까 하는 찰나, 그 안내문을 읽어보니 젠장,

클림트 실물은 하나도 없고 그 그림으로 구성한 무슨 영상물 전시를 한다는 것이 아닌가?
 

클림트는 내세운 국박 비엔나전.

 
왜?

클림트니깐. 

앞서 나는 철저한 연구에 기반한 전시는 그 어떤 것도 처절하게 실패한다는 말을 했다. 

그렇다면 어떤 전시가 성공하는가?

이름이다! 가오다!

고흐라는 이름, 클림트라는 무게, 딱 이거지 기타 우수마발 필요없다. 

유물이 좋아야 성공한다?

웃기는 얘기다. 

유물 아무리 좋아도 그 이름이 없으면 처참하게 실패한다. 

고흐 작품이라면 그가 썼을 지도 모르는 이쑤시개 한 점만 갖다 놔도 성공한다. 

왜? 고흐니깐. 

그렇다면 이 업계 사람들은 무엇을 어찌 해야 하는가?

이것이 바로 큐레이터들 사명이라 나는 보는데 

고흐나 클림트는 이미 주어진 셀렙이라, 내가 강조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유물이나 작가는 내가 키워야 한다. 

키워서 잡아먹는 것은 돼지에 그치지 않는다.


내가 유명해지면 이 이쑤시개도 유물이 되지 않겠는가?



유물도, 작가도 내가 키워 내가 잡아먹어야 한다. 

그 작품, 그 작가를 키우는 노력, 이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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