探古의 일필휘지
100년 전 제주 신동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3. 12.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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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3년 12월 5일자 매일신보 박스기사를 훑어보다 보니 '제주' 두 글자가 콕 박혀 들어온다.
냉큼 읽어보니 제법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여섯살바기 신동이 났다지 않은가.
전라남도 제주군 서문 밖 진성동에 사는 강석균 씨의 아들 강철수는 태어난지 30개월이 못 되어 글자를 3,000자 이상이나 알고 고시와 당음(필자 주: 중국 한시)을 능히 기억하더니
작년부터는 처음으로 붓을 잡는데 필법이 신기하여 서화를 무불통지하므로 주변 사람들이 신동이라 일컬어 글씨와 그림을 받아가는 자가 매일 구름 같이 모여들며,
지금 나이 여섯 살 된 아이로 문필이 이와 같이 구비된 것은 처음이라고 소문이 낭자하더라.
진성동은 아마 제주 읍성 안 '무근성'일 텐데 "서문 밖"이라 하였으니, 아마 "서문 안"의 오식이지 싶다.
그런데 거기 사는 강철수 어린이가 거의 무슨 박혁거세 수준으로 뭐든지 잘 하여 '신동'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이 일이 얼마나 소문났으면 서울서 발간하는 신문에 다 실릴 정도였을까.
가히 제주의 자랑이라 할 만 했으리라.
하지만 그 후 이 1908년생 '강철수' 씨 소식은 잘 모르겠다.
그 재주를 과연 어떻게 썼는지, 일제 말과 해방, 4.3이란 격동의 시간을 과연 무사히 버티셨을지...
하기야 인간의 3대 불행 중 하나가 "소년등과"라잖는가.
이미 불행하게 되었거늘 더 불행할게 있었을까도 싶다.
이런 근대기 신문에서 제주 관련 기사를 싸그리 모아보면 이처럼 꽤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여럿 발견할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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