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와 전시는 전연 다른 영역이다
이 이야기는 어느 박물관 개관 기념 학술대회 토론에서도 내가 말한 내용 중 하나라
이 문제는 결국 폐쇄하는 박물관 혹은 학예직 인력채용 조건과 연동하는 중차대한 내용이다. 왜 그런지는 자연스럽게 드러나리라고 본다.
우리는 흔히 전문가라는 말을 남용, 혼용하곤 하는데, 이에서 무수한 착란 혹은 비극이 빚어지는데, 박물관 혹은 전시 분야 그 대표하는 증상이 바로 저 연구와 전시를 혼동하는 현상이다.
물론 둘이 조화하면 가장 좋다. 가장 간단히 말해 그 분야 전문가라 분류하는 이가 전시 전문가일 때 그 효과는 가장 극대화할 수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내가 보건대 그가 그 분야 조금은 남들보다 더 알고 그래서 전문가라 통용할지는 몰라도, 그런 그가 그 분야 전시 전문가라는 말을 자동 어플로 완성한다? 웃기는 이야기다. 전시는 전연 다른 영역이다.
이 분야 전업적 연구자라면 흔히 고고학도 미술사학도 고건축학도 등을 일컫게 되지만, 그런 그들이 무슨 전시 전문가란 말인가?
저 둘을 혼동해서 일어나는 전형하는 전시가 연구성과를 그대로 전시 코너에 옮겨놓는 일이다. 이런 전시 필패한다.
이런 성향이 가장 농후하게 띠는 분야가 고고학인데, 이 친구들이 전시라고 해놓은 것을 보면 무슨 고고학 개론서 보는 듯하거나, 지 논문 보는 듯한 이유가 바로 저 둘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그딴 전시 필요도 없고, 그딴 전시 보면 골만 아프다.
저런 그 분야 전문가들이 각종 자문위원 운영위원 혹은 전시 담당자로 간여한 모든 박물관에서 저 꼴이 벌어진다. 지 논문 지 책 옮겨다 놓은 전시가 무슨 전시란 말인가? 그딴 짓은 지 논문 지 책으로 충분하다.
누가 지 논문, 지 책 읽으려 박물관을 간단 말인가?
내가 아는 전시는 종합 예술이다. 이에서 방점은 예술이다. 아트 디자이너다.
가장 이상적인 전시는 전문가가 생각하는 그 전문성을 전시디자이너가 맘껏 발현하는 일이다.
이런 전문성과 전시가 혼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데가 실은 고고학 전시코너보다는 사상사 관련 분야 전시다.
국내에는 저리 분류할 만한 적지 않은 박물관이 산재하는데, 그 박물관들 가 보면 내가 국사책에서 배운 것들 도표화하거나 그 실물 가져다 놓은 데 지나지 않는다. 또 순서는 천편일률 편년체라 어떤 놈이 오야붕 대빵이고 그 아래로 죽죽 1대 제자 2대 제자 3대 제자가 있다 해서 그런 잡다한 적보를 그려놓는 일이 예외없이 펼쳐지는 이유는
연구랑 전시를 혼동한 대표 패착이다.
내가 그 딴 걸 박물관 가서도 봐야 한단 말인가? 그래 노론 오야붕은 율곡이고, 그 아래 김장생이 있고 다시 그 아래 송시열이 있고 어떻고 저떻고 하는 이야기를 내가 왜 박물관에서까지 봐야 한단 말인가?
그 딴 거 필요도 없고, 설혹 필요하다 해도 전시에 자연스럽게 그러면서도 드러나지 않게 녹여 들어가야지, 뭘 배운다는 윽박이 싫은 놈한테 무슨 또 교육을 강요한단 말인가?
함에도 무슨 꼴이 벌어지는가? 박물관 혹은 학예직에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논리에 따라 실상 따져 보면 전문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자들이 대학에서, 혹은 석박사 과정에서 그런 공부를 했다는 이유로 전시는 물론이요 문화재 행정에서도 전문성이 있을 것이라는 착각을 발판으로 그런 자들이 그런 직을 독점한다.
물론 그런 학예직을 바라보는 외부 시선 또한 문제가 적지 아니해서 내가 이 문제는 계속 지적했으니 이 자리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새삼 반복할 필요를 느끼지 않거니와, 이참에 이제 그네가 말하는 전문성도 원점에서 뒤집을 때가 되었다.
묻는다. 너희가 과연 그 분야 전시 전문가인가? 전문가라면 무슨 전문성이 어느 만큼 전문가란 말인가?
그런 전문가인데 그런 너희가 꾸민 전시가 저 모양 저 따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