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S & MISCELLANIES

나는 나에 대한 일상의 사관이 되어야 한다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12. 10.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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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트나 산에서 오늘


말처럼 쉽지 않다.

나 역시 그리해야 한다 매번 굳은 결심을 하지만, 용두사미라

하루이틀 하다가 흐지부지 그만두고 마는 일이 습성이 되었다. 

아끼다 X된단 말이 있다.

물론 꼭 아끼려 해서 그런 것은 아닌데, 오후에 하지, 내일 하지 하다간 어영부영 하다가 영영 묻고 만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가?

물론 모든 이야기를 까발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 내 시시콜콜한 일상을 남들이 다 알아야 하는 이유도 없기는 하지만

일기 쓰듯이 그날 주요 일상은 그날그날 처리하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고 나는 본다. 

훗날을 위해서다.

그 훗날 그것을 회고록 집필에 이용할지 어떨지는 모르나,

내가 분명 어느 때 어떤 자리에 갔는데, 그런 종적을 남겨놓지 아니해서 애를 태우는 일이 한두 번인가?

그 훗날 꼭 쓰임이 다시 있을런지 아닌지 알 수는 없지만, 그것이 필요한 순간은 언제건 찾아오기 마련이라,

그 혹여 모를 훗날 어떤 순간을 위해서라도 내가 보고들은 일로서 이 정도면 기록에 남겨야겠다 생각하는 것들은

그 순간, 적어도 그날 안에는 어떤 식으로건 메모도 좋으니 해 두는 것이 좋다고 본다. 

나로서는 여행이나 답사, 혹은 박물관 미술관 관람이나 학술대회 참가 같은 자리가 매우 중요한데,

이것들을 확실히 정리를 해두지 않는 통에 나중에 애를 먹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어서,

매번 내가 이런 자리를 갔다는 정도는 메모라도 해두려 하는데, 진짜로 생각보다 힘들어 죽겠다. 

이번 해외 장기여행에서는 그러지 말자 다짐에 다짐을 또 했다.

그래서 내가 본 것으로 이 정도는 기록에 남겨야겠다는 것은 적어도 그날을 넘기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쓰는 중이다. 

혹자는 지극히 사적인 일까지 중계방송하듯 해야 하느냐? 그런 걸 왜 우리가 알아야 하느냐 하는 분도 없지는 않을 것이로대,

그렇게 요란스럽게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나름대로의 고충? 혹은 반성이 있어 그러는 것이니 너무 사적인 것이라도 독자분들은 혜량해 주셨으면 한다. 

한국시각으로는 어제가 되겠지만 이곳 시칠리아 시간으로서는 오늘, 나는 에트나 산을 다녀왔으니,

이 일만 해도 나는 가기 전 상황, 가는 과정, 그리고 공개하려 하는 가서 본 것들까지 차례로 정리하는 중이다. 

이 일도 내일로 넘겨버리면 내일 또 다른 일들이 기다리므로 나중으로 밀리기 마련이고, 하루 밀리면 영원히 밀려 버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망각으로 사라진 것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나는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이 정도는 기록용으로 남겨야겠다는 것들은 되도록,

그리고 거의 나를 강박하는 심정으로 그날그날 바로바로 어떤 형식으로건 정리하려 한다. 

훗날 혹 쓰임이 있을지는 모르나, 그렇지 않다 해도 지금부터라도 이젠 철저히 정리하는 습성을 내장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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