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타지살이 두 달 만에 찾아온 무료함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12. 1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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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온다 해서 열흘 기른 수염을 쳤다. 추레한 아비를 보여줄 순 없다.



이처럼 긴 해외 체류 경험이 없이 한달살기를 두어 번 해 본 게 전부여서 석달은 어떨까 몹시도 내가 궁금하기도 했다.

더구나 동행조차 없는 홀로여행이니(하기야 누가 석달을 나와 있겠는가) 그 흐름이 궁금했다.

석달은 예정된 마당에 다녀보니 절반 정도, 그러니깐 한달 반 정도는 진짜 열심히 싸돌아다녔다.

한편으로 신이 나기도 했고 물론 동행이 없으니 밤이 그렇게 적적하고 외로운지 새삼 실감하기도 했다. 

그 고비를 넘으니 무료가 왔다.

싸돌아다니느라 지친 것도 무시하지 못하고, 이제 보는 것도 새로운 것도 없어지는 그런 고비가 왔다.

그래서 나가 떨어졌다. 넉다운하는 날이 많아서 오늘처럼 아무 하는 일 없이 숙소에서 하루 종일 뒹글적뒹굴적 하며 이런저런 잡글이나 만지고 있다.

왜 체력 고갈이 심하지 않겠는가?

한 달은 해보니 묘해서 실제 생각보다는 금방간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무리를 해서 석달을 지른 것인데, 이 석달은 애초 내가 생각한 것이 아니었으니 뜻밖에도 집사람이 그렇게 제안하기도 해서 옳거니 잘됐다 해서 그리해 본 것이다. 

해외살이 경험이 없는 사람이, 더구나 이런저런 것 필요사항들을 내가 직접 해결하지 못하는 중늙은이가 이런 일을 하기가 쉽겠는가?

그래서 이제 더는 힘들어서 이 짓은 안하겠다고 다짐한다. 

무엇보다 씀씀이가 커질수밖에 없으니,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점점 압박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행인지 남편 백수되자마자 집사람이 직업전선에 도로 뛰어드는 바람에 지금 가계 꾸려나간다 집사람 허리가 휘어지는 중이다. 

꼴랑 지난 시절 벌여먹여 살렸다는 그것 하나로 바라보기에는 몹시도 안쓰럽다.

그래서 애초 계획도 그랬지만 1년만 실컷 놀고 다시 뭔가 일을 해 본다는 것이었으니, 이제는 진짜로 결단할 때다.

그렇다고 내가 일하고 싶다 해서 당장 일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니,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진다. 

이 무료한 시점에 애들이 합류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제는 애들을 위해 남은 스무날을 올인하려 한다.

무엇보다 말상대가 생기니 얼마나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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