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고독하면 파리랑도 대화하는 법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12. 20.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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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한 로마 외곽 해안 공항 도시 피우미치노 숙소는 전반으로 다 맘에 드는데, 딱 하나 걸리적거리는 게 있었다.

여기는 우리 기준으로는 엄동설한까지는 아니라해도 그래도 겨울인데 자려고 누웠는데 파리가 있는 듯했다.

좀체 모습을 드러내지 아니하던 이 놈이 마침내 이 새벽 불을 켜니 나타나는데, 역시나 파리였다.

것도 한 마리.

용케 살아남은 모양이라, 이 시즌 파리는 한국이나 마찬가지로, 살아남았다 해도 그리 동작이 빠르지 아니하다.

아무래도 굼뜰 수밖에 없어 상대적으로 때려잡기는 쉽다.

한데 이 놈이 틈을 잘 주지 않는다.

대략 30분가량 동선을 파악했다.

지피지기해야 백전백승, 아니 단 한 순간 타격으로 타진하는 법이라,

이 놈이 하필 내 주변을 얼쩡거리는데, 그 머리맡에 빵쪼가리가 놓인 게 있어 그 단맛을 맡은 게 분명했다.

저 곤충적 감각이란.

그리고 이 놈이 인기척에 어느 방향으로 튀는지를 관찰하니, 한국 파리의 그것이랑 아주 똑같다.

내친 김에 종자까지 파악하려 해 보니, 우리에 파리 딱 그 종류다.

주시하다가 내가 타격하기에 딱 좋은 지점에 앉았다.

이때가 해서 한방에 쳤다.

나가 떨어졌다.

이 고요적적한 새벽, 그래도 같이 놀아주던 파리 한 마리가 시신 되어 사라지니 한편으로 아쉬운 것 뭐지?

어머 나 파리랑 이야기 중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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