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비추는 거울은 서구 유럽이 아닌 아즈텍과 잉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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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사는 돌이켜 보면 이른바 서구유럽 중심 세계사 흐름에 억지로 꿰어 맞추려는 과정에서 없는 것도 있다고 강제로 주물하는 방식으로 만들어냈다.
이런 흐름에서 없던 봉건제도 끼워 맞추고, 씨알도 먹히지 않는 자본주의 맹아론을 덮어씌웠으며, 나라를 거덜낸 당쟁도 유럽 미국식 정당정치로 호도했다.
정당정치는 자유와 인권을 표방하며 그 확보를 대의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조선 당쟁에서는 그런 건 씨알도 없고,
오직 왕이 죽었는데 왕비가 죽었는데 복상 기간을 몇날로 하는 문제로 주구장창 싸워대며 피를 불렀으니 이것이 어찌 정당정치리오?
조선은 세계사 흐름에서 도태한 변종이다.
세계와 호흡한다 했지만, 오직 중국으로 오가는 사행길 하나만 열려 있었을 뿐이며, 일본을 향해서도 비슷하게 열리기는 했지만, 찻잔 속 미풍이라,
상업으로 흥청망청하고 이미 해부학 교과서를 번역하고 그것을 실험한 일본과는 확연히 다른 길을 걸었다.
온갖 문이라는 문은 꽁꽁 걸어잠군 채 오직 나만의 길을 모색했으니, 조선이라는 세계 문화사 변종, 혹은 퇴보물은 이렇게 해서 생겨났다.
이 변종 도태한 조선을 어찌 세계사 흐름에 갖다 놓는단 말인가?
조선은 동시대 서구 유럽을 이식하는 형태가 아니라, 코르테스 침공 직전 아즈텍 제국이나 잉카 제국을 갖다 놔야 한다.
조선은 저쪽 유럽에 견주어 자본주의가 싹을 틔우기 시작하는 서구 유럽의 후진 형태가 아니라,
외부랑은 전연 담을 쌓고 있다가, 아니 더욱 정확히는 그런 외부가 있는지도 모른 채 넋놓고 있다가 느닷없이 외부에 붕괴한 아즈텍과 잉카 왕국 딱 그것이다.
조선과 병렬하는 국가 혹은 그 시스템은 영국이나 유럽이 수백 년 전에 지나친 그 원시 단계가 아니라, 멸망 직전 아즈텍과 잉카의 그것이다.
아즈텍과 잉카는 망했고, 그 망함에서 영원히 일어나지 못했지만, 조선 또한 망하기는 했으나, 그 망함을 기폭제로 삼아 다시금 불뚝 일어섰으니,
이 과정이야말로 한국문화사가 세계 문화사에 대놓고 대서특필할 사건 아니겠는가?
지금껏 구축한 한국문화사는 망가져야 한다.
아니, 우리 스스로 짓뭉개고 시궁창에 던져버려야 한다.
이 조선 민족이 이룩한 역사야말로 K-헤러티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