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 유럽 접촉 훨씬 이전 아메리카 대륙에 존재
수 세기 동안 한센병Hansen’s disease으로도 알려진 나병leprosy은 유럽 식민지 주민이나 노예화한 아프리카인들을 통해 아메리카 대륙에 전파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었다.
그러나 사이언스 지에 발표된 획기적인 새로운 연구는 이러한 통념을 뒤집는다.
국제 연구팀에 따르면, 잘 알려지지 않은 박테리아 종인 마이코박테리움 레프로마토시스(Mycobacterium lepromatosis)가 유럽인과의 접촉보다 최소 1,000년 전부터 아메리카 대륙에 존재했으며, 이는 나병의 세계사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새롭게 쓰고 있다.
파리 파스퇴르 연구소Paris Institut Pasteur,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 콜로라도 대학교 과학자들이 원주민 공동체와 협력하여 주도한 이 연구는 북미와 남미 전역에서 약 800개 고대 및 현대 DNA 샘플을 분석했다.
과학자들은 캐나다 북부와 아르헨티나 남동부처럼 1만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지역 인간 유해에서 M. lepromatosis를 발견했다.
세 유해 모두 약 1천 년 전의 것이며, 유전체는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이 병원균이 불과 수백 년 만에 대륙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되었음을 시사한다.
"이번 발견은 아메리카 나병의 역사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이 연구 제1저자인 파스퇴르 연구소 마리아 로포폴로Maria Lopopolo 박사는 말했다.
"이번 발견은 유럽인들이 도착하기 훨씬 전부터 이 질병의 한 형태가 원주민들 사이에 이미 풍토병처럼 퍼져 있었음을 보여준다."
M. lepromatosis라는 세균은 2008년 텍사스대학교 MD 앤더슨 암센터 샹양 한Xiang-Yang Han 박사와 그의 동료들이 멕시코인 환자 두 명에게서 이 세균을 발견한 후 처음 확인했다.
그 이후로 아메리카 대륙 전역에서, 그리고 아시아와 영국에서 드문 사례들이 보고되었다.
아마도 가장 당혹스러운 발견 중 하나는 2016년 수의사들이 영국 제도의 붉은 다람쥐red squirrels에서 M. lepromatosis를 발견했을 때였을 것이다.
현재 유전학 연구에 따르면 이 균주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19세기에 인간이나 무역 활동을 통해 유럽으로 전파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연구는 멕시코, 브라질, 미국에서 발생한 408건의 현대 사례도 조사했다.
그 결과, 오늘날 발견되는 균주 대부분이 고대 표본의 균주와 거의 동일하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이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이 박테리아가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존재했음을 뒷받침한다.
유전적으로 독특하고 오래된 매우 드문 균주가 북미의 한 생존 환자에게서 발견되었는데, 이는 M. lepromatosis의 여러 계통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활동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파스퇴르 연구소 미생물 고유전체학 연구실장이자 연구 주저자인 니콜라스 라스코반Nicolás Rascovan 박사는 이번 발견이 "고대와 현대 DNA가 인간 병원체의 역사를 어떻게 다시 쓰고 현대 감염병 역학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항생제 내성이 전 세계적인 보건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흥미롭게도, 이 박테리아가 역사적으로 널리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고대 유골의 물리적 증거는 매우 부족했다.
M. leprae는 독특한 뼈 병변을 유발하는 반면, M. lepromatosis는 혈관과 간, 비장과 같은 내부 장기를 손상케 한다.
연구진은 특히 조상의 유해를 다룰 때 윤리적인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였다. 원주민들이 의사 결정에 참여했으며, DNA 데이터는 그들의 문화적 기대를 존중하도록 설계된 프로토콜에 따라 공유되었다.
경우에 따라 요청이 있을 경우 자료는 지역 사회에 반환되기도 했다.
M. lepromatosis는 기원이 불확실하다.
유전 정보로 미루어 보아 이 종은 70만 년에서 100만 년 전 사이에 M. leprae에서 분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박테리아가 베링 육교Bering Land Bridge를 건너 아메리카로 이주한 초기 인류와 함께 도착했는지, 아니면 토착 동물 숙주에서 진화하여 인간에게 퍼졌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질병의 아메리카 뿌리는 이전에 의심한 것보다 훨씬 더 깊다.
More information: Pasteur Institute
Publication: Lopopolo, M., Avanzi, C., Duchene, S., Luisi, P., de Flamingh, A., Ponce-Soto, G. Y., … Rascovan, N. (2025). Pre-European contact leprosy in the Americas and its current persistence. Science (New York, N.Y.), eadu7144. doi:10.1126/science.adu7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