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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금갑射琴匣을 심판한다](12) 왕비 선혜 부인을 들고 나온 안정복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2. 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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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강목

 
동사강목東史綱目은 조선 후기 역사학도 안정복安鼎福(1712~1791) 필생의 대작이라,

제목 그대로 고조선 이래 고려 왕조 멸망기까지 장구한 역사를 발생 연도 순서대로 따라 기술하는 이른바 편년체編年體를 근간으로 삼되

군데군데 평설을 가하는 강목체綱目體를 겨냥한다. 

여담이나 안정복 생몰년을 주시해 주기 바란다.

학문의 대가가 되기 위한 절대 조건 중 하나가 오래 살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 양반 80세로 장수했다.

혹 어떤 학문이건 그 분야 대가가 되고 싶거든 어떻게든 오래 살기 바란다.

경쟁자들보다는 특히 오래 살아야 궁극으로 내가 승자가 된다. 이는 만고의 진리다. 

본론으로 돌아가 동사강목 그 권 제2 하 무진년 신라 소지왕 10년(고구려 장수왕 76년, 백제 동성왕 10년, 북위 효문제 태화 12, 488) 춘정월에다가 안정복은 저 사금갑 사건을 집어넣으면서 다음과 같이 간단히 기술한다. 
 
춘정월 계림계림鷄林[신라 혹은 신라왕, 이 경우는 후자-인용자]이 월성으로 옮겨 살았다.

○ 계림이 왕비 선혜 부인善兮夫人을 목 베었다. 왕비가 중과 몰래 정을 통한[潛通] 까닭이다.

春正月。鷄林移居月城。○鷄林誅其妃善兮夫人。妃與僧潛通故也。
 
동사강목 이 대목은 무척이나 담대한데, 왜냐하면 그 이전 어느 누구도 저 유명한 사금갑 사건 주인공으로 선혜 부인을 명시한 이가 없기 때문이다.

모르겠다, 혹 있는데 내가 까먹었거나 조사가 철저하지 못한지도 말이다. 

앞서 봤듯이 삼국사절요와 동국통감은 중과 간통한 왕비라고만 했지, 그 왕비가 선혜라고는 하지 않았다. 

종래엔 이 사건 왕비는 신원은 보장했으나 그 원칙이 안정복에 이르러 깨진 것이다.

역사가로서 안정복은 시종 담대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 사금갑 기술에서도 그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안정복 문집인 순암집

 
물론 이렇게 안정복이 자신있게 그 복주된 왕비가 선혜라고 들고 나온 근거는 있다.

같은 동사강목 권 제2 하 기미년 신라 자비왕 22년ㆍ소지왕(炤智王) 원년[고구려 장수왕 67년, 백제 삼근왕 3년ㆍ동성왕(東城王) 원년, 북위 효문제 태화 3, 제(齊) 무제(武帝) 건원(建元) 원년, 479)에서 안정복은

이해 봄 2월에 계림 마립간 자비慈悲가 훙薨하고 그의 맏아들 소지가 즉위했음을 알리면서 이르기를 

이가 소지炤智[비처毗處라고도 한다-원주] 마립간인데, 왕은 대사大赦를 하고 백관들에게 관작 1급을 주었다.

왕은 어려서부터 효행이 있으며 겸손하고 공손함으로 스스로 지키니 나라 사람들이 모두 복종하였다.

어머니 김씨는 미사흔未斯欣의 딸이며 비妃 선혜 부인善兮夫人은 이벌찬 내숙乃宿의 딸이다.


고 했거니와,

그런 까닭에 안정복은 소지마립간, 곧 비처마립간 재위 시절에 오직 왕비는 선혜 한 명만 있을 것이라고 보고

저리 담대하게 중과 간통하다 들켜 복주된 이를 선혜라고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동사강목이 말하는 소지마립간 왕비가 선혜라는 기술은 삼국사기 신라본기를 전재한 것으로, 앞서 말했듯이

이 대목이 삼국유사에서는 전연 다르게 보이지만,

안정복은 삼국유사를 버리고 본사本史라고 칭한 삼국사기를 선택한 것이다.

그것이 아무래도 정사인 까닭에 그리 선택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소지왕비 문제는 뒤에서 다시금 자세하게 다루게 되니, 그 대목으로 넘기기로 하거니와

아무튼 여기서는 안정복이 저리 들고 나왔다는 사실만을 확인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아 잠깐, 안정복이 저 사건을 논하면서 왜 점필재 김종직이 말한 반란 이야기는 안 했는지도 궁금하다. 

왜 안 했을까?

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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