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퇴 스핀오프] 중국 남방 문화와 초 문화
앞에서도 계속 말했고, 뒤에서도 계속 강조하게 되겠지만, 저들 집안이 터잡은 장사長沙는 지금도 그렇지만 강고한 남방 초 문화 전통에 뿌리 박고 있으며,
이런 유구한 전통은 그들이 진秦 혹은 한漢과 같은 강력한 중앙집권을 구사한 통일 왕조가 들어선 뒤에도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에서 초 문화 전통이란 무엇인가를 물을 수 있거니와,
이 남방 초문화는 간단히 정리하면 건조한 고원지대 잡곡 중심 황화 문명에 견주어 걸핏하면 범람하는 장강을 기반으로 삼는 저지대 평야 문화이며,
그런 까닭에 물[水]이 차지하는 위치가 막중막비하고, 종교 사상이라는 관점에서는 황화 문명 합리주의에 견주어 무巫 문화 전통이 매우 강하다는 사실을 지적해 둔다.
일본의 중국 도교 중심 사상사가 후쿠나가 미쓰지는 내 기억에 황하 중심 북방의 말[馬] 문화에 대비해서 남방 장강문화를 배[船] 문화로 규정했는데 정곡을 찔렀다고 본다.
문학이라는 측면에서 시경詩經이 황화문명 기반이라면, 남방 문화 기린아는 누가 뭐라 해도 굴원의 초사楚辭라 하겠거니와, 이 초사는 전편이 실상 판타지 문학이다.
물론 이 남방 문화도 단일하게 보아서는 안 된다.
편의상 초문화라 하지만, 그 초문화 역시 무수한 갈래 문화 전통이 습합해 성립한 멜팅 포트melting pot에 가까워,
다시 그 아래 남방쪽 지금의 광동성과 베트남 북부를 기반으로 삼는 남월南越 문화와 긴밀히 주고 받았고, 그 서쪽 고원 지대와도 일정하게 교류를 했다.
나아가 그 동쪽 해변, 그러니깐 우리가 현재는 황해 혹은 동지나해로 부르는 바닷가는 또 다른 문화 전통이 있어,
이쪽은 같은 월越이라는 말을 쓰기는 했지만 진 통일왕조와 서한 왕조 초기에는 민월閩越이라 했거니와,
그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춘추전국시대 한때 중원을 공포에 떨게 한 오吳와 월越 문화도 흡수했다.
이 오월문화와 초문화 중심은 같은 물을 기반으로 삼는다 해도 그 물은 확연히 달라서 장강 중류 구역을 차지한 초 문화가 강물 기반인 데 견주어, 오월은 해수海水를 기반으로 삼는다.
중국사에서 빈발하는 해적 혹은 표류민 절대 다수가 오월 지방 출신이라는 점은 이런 특징을 잘 말해준다 하겠다.
이 강력한 남방문화, 초문화 전통이 그에서 피어난 마왕퇴를 벗어날 수는 없다. 마왕퇴가 폭로한 문화전통은 판타지 그것이며 동시대 중원문화와는 뚜렷이 구별된다.
덧붙이건대 초사만 아니라 남방은 노장사상과 그에서 피어난 신선도교 본고장이다.
이는 합리주의에 기반해 판타지를 억누른 공자 맹자 순자 상앙 한비자 같은 북방 계열 전통과는 확연히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