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박 선사실] 전시는 논문을 시각화한 것이 아니다!

고고학 전공자들을 집중 성토하지만 이건 미술사 건축사 등등 하등 진배없이 똑같다.
소위 저런 분야를 전업으로 연구한다는 자들이 전시 전문가를 자처한 모든 전시는 천편일률한데
간단히 요약하면 딱 저거다.
고고학 개설서 혹은 고고학 논문 그걸 그대로 시나리오로 대입해 놓고선
그 설명을 시각화하는 전시물 찾아 눈을 두리번두리번 하며 수장고 기어들어가 그 유물을 찾아 그 자리에 딱 앉히는 그 이상도 이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흔히 이쪽 전공자들이 하는 말이 연구가 부족해서 전시를 꾸미기 어렵다는 낭설을 퍼뜨린다.
전시랑 연구는 눈꼽만큼도 관계없다.
전시는 아트다.
이걸 나는 고고학 감성주의 전시라 부르는데, 전시와 논문을 혼동한 대표적인 악행이 바로 이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선사실이 실은 딱 이에 해당하는데, 그래서 이런 전시 특징은 뭔가?
시종 전시자인 고고학도가 하늘에 공중부양해서는 메시아를 자처하고선
모든 고고학적 지식은 오직 나만이 아니, 이런 메시아인 나한테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는 그 훈육 그 교시 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래서 이런 전시는 천편일률로 학원 혹은 한국사능력시험 교보재를 가장하는데, 그런 전시장 가 봐라!
꼴이 대중과 교감한다 하지만 교감은 무슨 교감?
시종 가르침이라, 답안을 적어내라 협박한다.
지금 국박 선사실 이거 아니라고 할 놈 있음 나와 보라 그래!
실제 숙제 열라 내고 있다.
어찌 숙제가 교감이란 말인가?
이 야회적 군림은 교육사라는 또 다른 전시축이 개입하면서 더욱 강화하게 되는데 지들도 모르면서 누굴 교육한단 말인가?
지들이 신이야? 지들이 야훼야? 지들이 훈장이야? 지들이 국사선생이야 뭐야?
내가 요새 반달모양돌칼을 문제 삼았다.
나는 압도하는 그 고고학적 설명 어림반푼어치도 없다 했다.
그래 있건 없건 그건 논외로 치자.
이런 전시를 어찌 해야 하는가?
내가 생각하는 한 방식은 이렇다.

"우리는 현재까지 이걸 곡물 수확할 때 쓴 도구로 봐요. 물론 그 확실한 증거는 아직 부족한 듯해요. 여러분 생각을 듣고 싶어요. 여러분은 저걸 어디다 썼을 거 같아요?"
물론 이것도 하나의 대안이기는 하나, 이런 식으로 교감해야 한다고 본다.
어디 지들이 구축한 싸구려 지식이 옳다는 믿음을 시종일관 무장한 채 독자 시청자 관람자한테 시건방지게 그걸 정답으로 강요한단 말인가?
내가 박물관 숙제하러 갔니? 퀴즈 풀러 갔니? 니들이 뭔데 선생질이야?

국박 선사실이 꼭 이 꼬라지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국박 선사실 콘텐츠 구성 제1의 심각한 병증이다.
저 병증 쓸어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