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와 함께한 나날들

야부리 일관한 삶을 산 어느 시절 한 토막, 조선 왕릉의 경우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5. 3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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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과거의 오늘에 걸리는 한 장면이라 
 
일컫기를 2014년 5월 31일 동구릉이랜다. 
 
외우 이혜은 선생이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근무 시절 동행했다가 찍은 장면이라 한다. 
 
그는 이후 잽싸게 모교 숙명여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자리가 나자 튀었으니,

뛰어봤자 벼룩이라, 내 남영동 사저 인근이라 내 곁으로 왔다. 

한데 왜 이리 얼굴 보기가 힘듦?

저때가 무슨 일인가 돌이켜 보니,

당시 국중에서 조선왕릉 강좌인가를 부탁했으니,

그 일환으로 현지 답사를 떠난 것이 아니었던가 한다. 

무슨 개썰을 풀었는지 모르겠다. 

보나마나 왕릉과 왕궁은 한 통속으로 봐야 한다. 

무덤은 죽은 사람이 사는 집이라, 왕궁이 왕이 살아서 사는 집이요,

왕릉은 그가 죽어 사는 집이니 같은 왕궁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실상 그런 까닭에 그 구도, 이른바 그랜드 디자인은 왕릉과 왕궁은 똑같다는 말을 반복했을 것으로 본다. 

이 왕릉론은 저에 즈음해 저런 자리마다 써먹었으니,

이래 저 말, 곧 무덤은 죽은 사람이 영원히 사는 집이라는 정의는 이곳저곳에서 써먹는 모습을 봤으니,

뭐 그게 꼭 내 특허라고는 말을 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저 새삼한 정의를 광범위하게 유통시킨 큰 공은 나한테 있다 해야지 않겠는가? 

특히 신라 고고학 말이다.

추가 정보 보니 저날 수은주가 34도로 치달았다 한다. 

 
***
 
같은 날 다른 일기를 보니 저와 상통하는 다음 구절이 있다. 
 
왕릉에 대한 이해의 출발은 왕궁이다. 

왕궁을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왕릉이 안 보인다. 

둘은 왕이 거주하는 집이다. 

나와바리가 다를 뿐이다. 

왕궁은 살아있는 왕의 독점적 구역이요

왕릉은 죽은 왕들의 조차지다. 

이 둘이 만나는 접점이 종묘다. 

이런 이해는 사찰에 대한 그것에도 그대로 관통한다. 

왕궁, 왕릉, 종묘, 사찰을 하나로 꿰어야 한다. 

어느 누구도 이를 하나로 관통하지 못했다. 

내가 지금 그 화살을 쏘았다.

 
***

 
또 같은 날 다음 선언이 있었다. 

 
왕궁과 왕릉을 관통하는 핵심 분모는 

1, 남면南面
2. 조알朝謁

두 가지다. 

임금은 남쪽 태양을 향해 북쪽에서 남쪽을 향해 앉는다. 

궁궐에서 임금이 정사를 행하는 주축공간이 모조리 왕궁 북쪽 중심지에 위치하는 까닭이 이 때문이다. 

임금은 천상에서 지상으로 강림한 북극성이다. 

뭇별은 북극성을 향해 진좌鎭坐한다. 

왕릉 또한 임금이 남쪽을 향해 북쪽 중앙에 자리를 잡는다. 

임금은 봉분으로 상징화하는 궁궐에서 머리를 북쪽에 두고 남쪽을 향한다. 

반면 그를 향햔 신하와 호위병들은 임금을 향해 남쪽에 도열한다. 

왕궁을 무대로 하는 무수한 단면 중에서도 유독 조알하는 장면을 선택한 까닭은 

임금이 남면을 하고 북쪽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뭇 신하는 임금을 향해 조알한다.
 
***
 
저 날 현장 강의인지 뭔지가 있었던 모양이라 다음과 같이 내가 말했다고 일기가 일깨운다. 

창덕궁은 흔히 바둑판식 배치를 보여주는 경복궁과 대비되어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는 궁궐이라는 이해가 보편화했다. 

내가 어제 강연에서 말했다.

사기다.

이런 사기를 세계를 상대로 해서 쳤다.

그 사기는 멋지게 성공해 세계유산에도 등재됐다.

창덕궁을 저리 맹근 건 돈 때문이다.

돈이 없어 저리 맹글 수 밖에 없었다.

조선왕들은 엄마 할매가 귀찮아 뒷방으로 쫒아내고자 했다.

엄마 할매가 가까이 있으면 매일 새벽 문후 인사해야 하고 잔소리가 심하므로 쫒아내야 했다.

창덕궁 창경궁이 그런 곳이다.

조선왕궁의 배치 전형을 보이는 곳은 창경궁이다.

우리 왕궁 중에서 가장 저평가된 곳이 창경궁이다.

창경궁으로 가라.
 
***
 
또 이와 같은 논급이 같은 날 있었다.

아마도 내가 이 날은 걸신이 걸렸던 모양이다. 
 
왕릉은 왕궁이다.

왕궁을 왕릉에 투사하면 둘은 오버랩한다.

둘은 서로에 대한 피사체다.

이 평범하면서도 무척이나 중요한 키워드 하나가 너무도 쉽사리 무시되곤 했다.

그랜드 디자인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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