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천국으로 만들어 놓은 국박 선사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이 선사실을 재개장했다 해서 돌아봤다.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무엇을 개비했다는 것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무엇보다 재개관이니, 그리고 세계 박물관 전시 흐름이 그러니 당연히 우리 박물관 선사실도 뽀사시하게 비름빡 칼라부터 알록달록 원색 계통,
예컨대 붉은색이나 파란색 혹은 그것이 아니라 해도 분홍색이나 노란색 정도로는 쏵 뺑끼칠 새로 하고
나아가 유물 안내 태그만 해도
요새 모든 세계 박물관 미술관이 그렇듯이 그런 흐름 궤를 같이해서 파란색 계통으로 완전히 개비했을 줄로만 알았다.
한데 문을 박차고 들어선 순간
내가 70년대 대학박물관 들어선 줄 알았다.
도대체 무엇을 바꿨다는 것인지 무엇을 개비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색은 여전히 칙칙하기 짝이 없어 어디 거지 소굴 들어선 줄 알았다.
기왕 돈 들일 거 하다 못해 비름빡 색칠부터 화사 산뜻하게 해야 할 것 아닌가?
가뜩이나 우리 선사시대는 유물이건 뭐건 볼품이 없기 짝이 없는데, 그런 거지 같은 환경을 더욱 거지 같이 만들어 놨다.
토기?
그래 우리 박물관 선사시대가 죽어나사나 토기 아니면 석기고 그래 그런 유물밖에 없으니 그랬다 치자.
이 토기 꼬라지 한 번 봐라.
청동기시대 겨우 가지문토기니 홍도 두 종류만 그런 대로 색감이 나고 나머지는 거무틱틱 어디서 개밥 그릇이나 할 만한 것들 천지라
천성이 본래 그렇고 해도, 없이 살다 보니 토기도 그런 것밖에 못 만들었다 치자.
그렇다고 전시까지 저런 개집 거지소굴처럼 만들어야겠는가?
가서 봐라!
거지 천국이다.
반달모양돌칼?
이게 왜 문제인 줄 아는가?
농업을 희화화했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꼬다리 따서 나락 베어 먹었단다.
어디서 굴러먹다 온 동남아 농촌 농경에서 그 비스무리한 철기 도구로 나락 꼬다리 똑똑 따는 모습을 보고는 그거라고 의심도 없이 그런 그림 떡 하니 그려놓고서는
신석기 청동기시대 우리 조상들이 저런 식으로 나락 농사 지었다고 사기 친다.
그렇게 꼬다리 따는 나락은 이모작 삼모작 가능한 데서나 하는 짓이요, 그렇게 꼬다리 딴 데서 또 나락이 올라오기 때문에 하는 짓이지 한반도처럼 기후 기상 척박하기 짝이 없는 저주받은 땅에서 한 짓은 아니다.
그 척박함을 이기고자 하는 그 욕망 분투 그것이 저 선사실에서는 그 어디에도 안 보인다.
어찌 맨날 하는 짓이 족대 갖다 놓고 수렵이라 하고 어로라 하는 짓 이젠 그만해야 한다.
그에서 분투와 쟁투를 보여줘야 한다.
그때라고 이 한반도 기후가 달라 내장산 단풍이 없었겠으며 봄날엔 꽃이 피지 않았겠는가?
한데 어찌하여 우리 선사실은 언제나 동토란 말인가?
그 어떤 생명의 움틀거림도 볼 수 없는 묘지 같은 황량한 겨울 땅.
그것이 선사실이다.
자신 없으면 나가서 배우라.
나가서 배우고 요새 박물관들이 어떤 식으로 치장하는지 가서 배우고 베껴라.
내가 요저납시 돌아본 유럽 박물관들만 해도 요새 개비하거나 새로 지은 박물관 전시실 구성을 보면 기가 찬다.
입이 벌어진다.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는가?
뭐 거창한 거 하나 없다.
박물관이라면 으레 요구하는 그 색깔 하나 바꿨을 뿐이다.
화려찬란하기 짝이 없다.
유물이 화려찬란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전시실 자체가 그렇다는 뜻이다.
우리처럼 거지로 만들어 놓은 선사실 같은 신식 개비 박물관 없다.
중국?
거기에 어떤 놈이 우리 선사실처럼 꾸민 데가 있단 말인가?
얼마나 불쌍했던지, 최근 저길 방문한 내 지인이 그랬다.
"우리 조상님들 진짜로 불쌍해 죽겠어요. 정말 거지처럼 사셨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