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황제 칼리굴라, 놀라운 의학 지식 갖춰
칼리굴라Caligula 황제는 잔혹함과 기행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심지어 이 로마 황제는 자기 말을 집정관으로 승진시키고 변덕스럽게 살해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새로운 논문은 이 악명 높은 황제가 놀랍게도 바로 고대 의학, 특히 그리스 도시 안티키라Antikyra와 관련된 활성 약초인 헬레보레hellebore를 사용하는 데 능숙한 의학 전문가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관련 연구성과를 인용한 아키롤로지 뉴스 온라인 매거진이 14일(한국시간) 보도했다.
유럽 과학 예술 아카데미 회보(Proceedings of the European Academy of Sciences & Arts)에 탑재된 논문에서 예일대학교 앤드류 J. 코Andrew J. Koh와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트레버 S. 루크Trevor S. Luke는 로마 역사가 수에토니우스Suetonius가 남긴 짧은 일화를 다시 언급한다.
이 이야기는 드러나지 않은 질병을 헬레보레로 치료하고자 안티키라로 여행한 로마 원로원 의원에 관한 것이다.
이 약초는 고대에 간질epilepsy, 우울증melancholy, 정신 질환 치료에 처방했다.
이 원로원 의원이 칼리굴라한테 의료 휴가 연장을 거듭 요청하자 황제는 "그동안 헬레보레로 효험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어김없이 피뽑기를 해야 했다"고 하면서 그의 처형을 명령했다고 한다.
이 음흉한 농담은 지금까지 칼리굴라의 가학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됐지만 고대 로마의 의료 행위에 대한 섬세한 인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발언은 실제로 당시 의학 서적의 언어를 반영한다.
이는 칼리굴라가 헬레보레의 치료 기간을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켈수스Celsus가 칼리굴라의 전임자 티베리우스Tiberius 시대에 집필한 논문 『의학론De Medicina』에서 권장한 피뽑기bloodletting와 같은 대체 요법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예일 고대 약리학 프로그램 Yale Ancient Pharmacology Program (YAPP) 연구진은 현대 그리스의 민족식물학 현장 연구와 비엔나 디오스코리데스 사본Vienna Dioscorides manuscript과 같은 고대 자료에 대한 면밀한 연구를 병행했다.
그 결과, 안티키라에도 헬레보레가 대량으로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 마을은 독특한 치유 물약으로 유명했으며, 특히 헬레보레는 세사모이데스sesamoides라는 다른 식물을 혼합해 독성을 중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코Koh는 이 강력한 물약 덕분에 안티키라가 "로마 세계의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 of the Roman world"이라는 명성을 쌓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안티키라는 기원전 1세기부터 이미 로마 엘리트들의 관심을 끈 치유의 중심지였다.
칼리굴라 고조부인 마르쿠스 리비우스 드루수스Marcus Livius Drusus는 기원전 91년 이곳에서 간질 치료를 성공적으로 받았다.
이 도시는 부유한 로마인들이 전문적인 치료를 받기 위해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고대 의료 관광 ancient medical tourism"이 확산되던 시대의 일부였다.
연구진은 칼리굴라와 안티키라, 그리고 헬레보레의 연관성이 우연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고대 문헌에 따르면, 칼리굴라는 불면증, 간질, 정신 질환을 앓았는데, 이 모든 질환은 전통적으로 헬레보레로 치료되었다.
그의 편집증paranoia은 그를 독극물과 해독제를 연구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아버지 게르마니쿠스Germanicus는 의심스러운 죽음을 당했는데, 가족들은 이것이 독살과 관련이 있다고 믿었다.
이러한 공포 분위기는 칼리굴라가 약리학에 손을 대게 된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단순히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 말이다.
칼리굴라가 의학적 이해에 더욱 깊이 관여했다는 사실은 알렉산드리아의 철학자 필로Philo의 기록에서도 뒷받침된다.
필로는 칼리굴라를 비판하면서도 황제가 의학 지식을 포함한 광범위한 실질적 지식을 지녔다고 기록했다.
필로는 심지어 칼리굴라가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아폴로의 치유술을 왜곡했다고 비난했는데,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그러한 치유술에 정통했음을 증명한다.
수에토니우스를 비롯한 고대 역사가들은 칼리굴라를 미치광이로 묘사했지만, 코와 루크는 이러한 묘사가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황제의 의학, 특히 헬레보레와 로마 약리학에 대한 지식에 대한 관심은 집단 중독에 대한 불길한 이야기로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연구는 칼리굴라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고, 고대에 의학 지식이 어떻게 활용되고 해석되고 정치적으로 조작되었는지를 인식하는 더 복잡한 이미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More information: Yale University
Publication: Trevor S. Luke et al, (2025). Antikyran hellebore in the time of Caligula, Proceedings of the European Academy of Sciences and Arts. DOI: 10.4081/peasa.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