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오늘, 한국고고학은 온통 함안만 쳐다봤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참관한 가운데 오늘(2018. 12. 18) 두 군데 함안 발굴현장이 공개됐다.
가야연구소가 발굴 중인 아라가야 왕궁 추정지가 먼저 공개됐으며, 이 자리를 떠나 정 청장과 기자단이 곧바로 말이산 13호분 발굴현장으로 갔다.
이 소식을 전한 오늘자 문화일보부터 말이산 고분 별자리 출현 소식을 대문짝 만하게 전했으며,
내일자 신문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며, 그것과는 별개로 포털 사이트가 전재한 각 언론 보도 역시 별자리 출현을 야마, 핵심으로 잡았다.
저번달 어느날 나는 그 두 군데 발굴현장을 모두 돌았다.
두 기관 모두 내가 하나 약속 혹은 당부한 것이 있었다.
첫째, 문화재청장이 오시게끔 할 것이다.
둘째, 되도록이면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합석하는 방향으로 해 보겠다.
셋째, 그 전까지 발굴소식 누설하지 마라.
첫째와 셋째는 오늘까지 잘 지켜졌다. 둘째는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가야연구소에는 하나 더 부탁 혹은 조언했다.
청장이 오건 누가 오건, 말이산 고분과의 동시 공개는 이 현장을 죽게 할 것이다.
말이산 고분보다 먼저 조사성과를 발표하거나, 나중에 발표하라.
내가 기자다. 기자라면 누구나 별자리 그림을 야마로 쓴다. 아라가야 왕궁 출현이 연구소야 그리 중요하겠지만 언론이 보는 관점은 그렇지 않다. 사진 때문이다. 사진이 안 된다.
하지만 가야연구소는 결국 내 말을 따르지 않았다.
하긴 따를 이유도 없고, 무엇보다 자기네가 자기 보스 모시겠다는데 내마 뭐라 더 말하겠는가?
하지만 이날 일은 홍보에서 시점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를 새삼 새겼다.
밥을 잘 지어놓고 그걸 차릴 시점을 잘못 선택한 것이다.
홍보가 그냥 기자님을 불러다 놓으면, 보도자료 뿌리면, 그걸로 다이겠는가? (이상은 2018년 12월 18일 내 글을 조금은 문구를 손질했다.)
당시 함안군이 발주한 말이산 13호분 발굴에서는 그 돌 무덤방 천장 덮개돌 하나에서 이른바 아라가야 시대 천문도로 추정하는 흔적이 발굴됐음을 공포했고
같은 날 가야연구소에서는 같은 함안 지역 다른 데를 발굴한 결과 지금까지는 전연 종적도 찾지 못한 아라가야 왕궁 터로 유력하게 추정하는 곳을 찾았다는 성과를 발표했다.
두 발굴은 성격이 달라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고를 따질 수는 없다.
유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아라가야 왕궁 터일지도 모르는 곳을 찾았다는 성과가 실은 대서특필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다루는 언론은 철저히 독자 중심이라, 아라가야 왕궁? 독자들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또 그러기에는, 여기가 진짜 왕궁임을 확실히 보여주는 삐까번쩍한 유물이나 흔적이 출현하지 않고서는 언론이 유별난 관심을 기울여 주기에는 역부족인 측면이 분명히 있었다.
반면 말이산 고분은 확실했다.
무엇보다 그 천문도라고 유력시한 흔적이 완연하게 나왔고, 그것이 누가 봐도 사진 한 방으로 명징하게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덧붙여 이 말이산 고분 발굴은 내가 이런저런 고리로 좀 간여를 했으니, 그 자세한 내막을 지금 다 말할 수는 없고, 저 본문에서 일단을 보였다고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