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와 함께한 나날들

6년 전 오늘, 한국고고학은 온통 함안만 쳐다봤다

세상의 모든 역사 2024. 12. 18.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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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아라가야 천문도 추정 흔적. 오세윤 작가 작품이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참관한 가운데 오늘(2018. 12. 18) 두 군데 함안 발굴현장이 공개됐다. 

가야연구소가 발굴 중인 아라가야 왕궁 추정지가 먼저 공개됐으며, 이 자리를 떠나 정 청장과 기자단이 곧바로 말이산 13호분 발굴현장으로 갔다.

이 소식을 전한 오늘자 문화일보부터 말이산 고분 별자리 출현 소식을 대문짝 만하게 전했으며,

내일자 신문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며, 그것과는 별개로 포털 사이트가 전재한 각 언론 보도 역시 별자리 출현을 야마, 핵심으로 잡았다. 


공개 전 미리 돌아본 말이산 고분 내부



저번달 어느날 나는 그 두 군데 발굴현장을 모두 돌았다. 

두 기관 모두 내가 하나 약속 혹은 당부한 것이 있었다. 

첫째, 문화재청장이 오시게끔 할 것이다. 

둘째, 되도록이면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합석하는 방향으로 해 보겠다. 

셋째, 그 전까지 발굴소식 누설하지 마라. 
 
첫째와 셋째는 오늘까지 잘 지켜졌다. 둘째는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가야연구소에는 하나 더 부탁 혹은 조언했다. 


공개 전 미리 돌아본 말이산 고분 내부. 조명 장치를 해야 첫번째 첨부 사진처럼 나온다.



청장이 오건 누가 오건, 말이산 고분과의 동시 공개는 이 현장을 죽게 할 것이다. 

말이산 고분보다 먼저 조사성과를 발표하거나, 나중에 발표하라.

내가 기자다. 기자라면 누구나 별자리 그림을 야마로 쓴다. 아라가야 왕궁 출현이 연구소야 그리 중요하겠지만 언론이 보는 관점은 그렇지 않다. 사진 때문이다. 사진이 안 된다. 


공개 전 미리 돌아본 말이산 고분 내부



하지만 가야연구소는 결국 내 말을 따르지 않았다.

하긴 따를 이유도 없고, 무엇보다 자기네가 자기 보스 모시겠다는데 내마 뭐라 더 말하겠는가? 

하지만 이날 일은 홍보에서 시점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를 새삼 새겼다.

밥을 잘 지어놓고 그걸 차릴 시점을 잘못 선택한 것이다. 

홍보가 그냥 기자님을 불러다 놓으면, 보도자료 뿌리면, 그걸로 다이겠는가? (이상은 2018년 12월 18일 내 글을 조금은 문구를 손질했다.) 
 
당시 함안군이 발주한 말이산 13호분 발굴에서는 그 돌 무덤방 천장 덮개돌 하나에서 이른바 아라가야 시대 천문도로 추정하는 흔적이 발굴됐음을 공포했고 

같은 날 가야연구소에서는 같은 함안 지역 다른 데를 발굴한 결과 지금까지는 전연 종적도 찾지 못한 아라가야 왕궁 터로 유력하게 추정하는 곳을 찾았다는 성과를 발표했다.

두 발굴은 성격이 달라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고를 따질 수는 없다.

유적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아라가야 왕궁 터일지도 모르는 곳을 찾았다는 성과가 실은 대서특필되어야 한다. 


공개 전 미리 돌아본 말이산 고분 내부. 석실 내부 들보 같은 시설을 한 흔적이다.



하지만 이를 다루는 언론은 철저히 독자 중심이라, 아라가야 왕궁? 독자들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또 그러기에는, 여기가 진짜 왕궁임을 확실히 보여주는 삐까번쩍한 유물이나 흔적이 출현하지 않고서는 언론이 유별난 관심을 기울여 주기에는 역부족인 측면이 분명히 있었다.

반면 말이산 고분은 확실했다.

무엇보다 그 천문도라고 유력시한 흔적이 완연하게 나왔고, 그것이 누가 봐도 사진 한 방으로 명징하게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덧붙여 이 말이산 고분 발굴은 내가 이런저런 고리로 좀 간여를 했으니, 그 자세한 내막을 지금 다 말할 수는 없고, 저 본문에서 일단을 보였다고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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