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노년의 연구

감옥과 티푸스, 판결보다 더 무서운 불결

신동훈 識 2025. 8. 3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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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병사가 DDT 수동 분무 ​​장비를 시연하고 있다. DDT는 발진티푸스를 옮기는 이의 확산을 억제하는 데 사용되었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김옥균이 고종에 의해 처형된 후 

노발 대발하며 이런 야만적인 처형풍습을 가지고 있는 조선은 

더이상 정상적 교류의 대상이 아니며 사라져야 한다고 외쳤지만

사실 조선의 형벌제도는 주변 국가보다 훨씬 덜 가혹하여 

사형수는 내장을 갈라 거리에 전시해 버리는 일본에 비하면

훨씬 문명적인 편이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죄수들이 덜 죽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고

조선의 문제는 사형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번 잡혀 들어가면 언제 풀려나올지 기약도 없고 

판결이 나기 전에 감옥에서 죽어버리는 것이 문제였다. 

말하자면 감옥에서 병들어 죽어 버리는 것이 문제란 것인데 

감옥에서 죽을 때 그 병은 높은 확률로 

티푸스일 가능성이 많았다. 

이는 동서고금 동일하여 감옥 안에는 사람들이 좁은 밀도에 모여살며

이와 벼룩 등이 들끓기 마련이라 

감옥에 들어가 얼마 지나면 시름 시름 앓다가 죽어버리니 

서양에서는 이를 감옥열 (jail fever)이라 불렀는데 

이 병의 원인이 이가 매개가 된 티푸스라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조선시대에는 판결이 나기 전에 감옥 안에서 병사하는 경우가 많아 

판결을 빨리 해야 한다고 항상 위에서는 때만 되면 독촉했지만 

수령의 교대가 워낙 잦았고 체직될 때마다 판결이 지체되니

감옥의 죄수들은 사형이 무서운게 아니라

언제 병에 걸려 죽을지  그게 더 문제였던 셈이다.

죄수였던 이승만(보는 사람 기준 맨왼쪽). 5년 넘게 감옥에 있다가 출옥 후 도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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