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계에 드리는 충언
필자는 이 블로그에 여러 차례 밝힌 것처럼
wet lab을 정리하고 dry lab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더이상 고고학 현장을 누빌 일은 없을 것이다.
20년이 넘게 여러모로 고고학계 도움을 받아온 입장에서
지금 그 교류의 종지부가 찍히는 시점에 몇 가지 고언을 드릴까 한다.
人之將死 其言也善이라 하지 않던가?
지금 필자가 아직 죽을 때는 아니지만
그동안의 고고학 현장 작업을 끝내는 시점에서 나오는 솔직한 제언이라고 생각하시고
혹 고려해 볼 만한 부분이 있으면 고려해보시기 바란다.
첫째, 고고학계에는 학술지가 훌륭한 것이 많다.
이 학술지 중 일부는 영어학술지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 인문학 관련 학술지가 너무 많아 실리는 논문의 질이 최근 많이 떨어지고 있다고 필자는 보는데,
그 중 몇 개 학술지는 과감히 영어전용으로 전환하시기를 권한다.
일본은 모르겠지만 중국의 경우 일개 지방 대학도 국제학술지를 운영하는 세상이다.
https://link.springer.com/journal/41826
한글 학술지 중 몇 개는 반드시 영문학술지로 전환하시기를 권한다.
둘째, 이 이야기는 김단장께서도 여러 번 하신 것으로 기억하는데,
최근 고고과학의 추세는 자연과학 비전공자가 쫒아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의학을 전공한 필자도 최근에는 허덕이며 따라가는 상황인데
이것은 인문학이나 고고학을 전공하신 분들이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뜻이다.
고고학 비전공자들에 대해 대학과 연구소에서 문호를 적극 개방하시기를 권한다.
특히 고대 DNA를 포함한 최근의 자연과학적 분석. 이건 비전공자가 쫒아갈 수가 없다.
셋째, 기존에 쌓여 있는 데이터 분석을 위해 통계 전공자를 리크루트 해야 한다.
고고학계에는 탐나는 정보의 축적이 많다.
아마 모르긴 해도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수십년간 발굴 보고가 이렇게 많이 되어 있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것을 분석하는 데는 통계적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요즘 통계학도 많이 발전해서 액셀이나 SPSS나 돌리는 수준 가지고는 분석 자체가 안되고 경쟁력이 없다.
통계전공자가 고고학계에 들어와야 한다.
넷째, 이것도 김단장께서 여러 차례 말씀하신 걸로 아는데,
한국고고학도 이제 해외로 웅비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한국의 틀안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세계학계로 비상할 것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