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 박물관 그 가능성을 보여준 전곡선사박물관을 다시 생각한다
주로 건축 측면에서 전곡선사박물관과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 비교하는 전곡선사박물관장 이한용 선생 글이 올라왔으므로, 그 전문을 아래에 전재하기로 하고
이 이야기가 나온 김에 전곡선사박물관 문제를 짚고자 한다.
이 박물관이 지닌 특징 혹은 장점을 여러 차례 다뤘거니와, 이 관장이 마침 저 건축 이야기를 꺼냈으므로 저와 관련한 이야기다.
굼뱅이 기어가는 저 전곡선사박물관 독특한 건물 양상은 이 관장 말대로 여러 사람이 상찬하거니와, 그걸로 일단 대성공을 거둔 것은 하늘이 두쪽 나도 변함이 없다.
다만 그것이 박물관 기능과 조화하느냐 하는 문제는 별개다.
이 문제는 심각해서 전곡선사박물관은 신관 신축을 이제는 더는 미룰 수 없다고 본다.
저 건축물 간단히 보아 겉보기는 번드레하고 그것이 건축미 뛰어난 것은 부인할 수 없으나,
비좁아 터져서 실상 전곡선사박물관이 표방하는 세계선사문화 박물관을 수용할 수 없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간단히 말해 공간이 없다.
특별전 하나 제대로 전시할 공간이 없고, 상설전시실이라고 해 봐야 단일 코너라,
맨날맨날 코딱지만한 귀퉁이 하나 부여잡고선 그걸 개비했네마네 하는 모습을 보면 실은 나는 분통이 터진다.
더 간단히 말해 건축미로서는 훌륭하나 박물관으로서는 효율성 제로다.
왜 이리 되었겠는가?
돈 때문이지 뭐가 있겠는가?
이 관장이 DDP랑 비교했지만 그건 겉모습에 지나지 않아서 DDP 들어가 봐라! 내부가 으리으리하다.
이 건축물 지을 적에 말이 많기는 했지만, 난 최고의 시도라 본다.
그 과정에서 문화재가 잔뜩 나오기는 했지만, 문화재 버리고 저 건축물로 간 것은 대성공이다.
전곡선사는 밀어붙여야 한다. 더 잘되게끔 말이다.
왜? 고고학 전문박물관으로서는 국립을 제외하고서는 거의 유일하게 성공가도를 달리는 공립박물관인 까닭이다.
하지만 힘에 부친다. 경기도 직속도 아니요 그 산하 경기문화재단인가 경기재단 소속 여러 박물관 미술관 중 하나라 이런 구조에서 무슨 전곡선사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가능하겠는가?
무엇보다 내부 구성원들이 반발한다.
왜 저기만 주냐? 우린 핫바지나? 머리띠 두를 것이 뻔하다.
그럼에도 전곡선사는 특화해서 별개로 독립해서 나아가야 한다.
다음은 이한용 선생 글 전문
<전곡선사박물관과 DDP>
어 ~ 여기 DDP랑 비슷하네... 전곡선사박물관을 방문한 관람객 중 많은 분이 처음 박물관 건물을 마주 하면서 하는 말이다.
전곡선사박물관은 정말 서울시 동대문의 DDP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와 비슷하게 생겼다.
모든 것이 서울 중심적인 사고에 익숙해진 관람객들에게는 이 낯선 연천 땅에 서울의 명물인 DDP와 비슷한 건물이 있다는 것이 제법 신기한 일인 모양이다.
하지만 전곡선사박물관이 DDP보다 2년 넘게 먼저 완공된 건물이니 굳이 따지자면 DDP가 전곡선사박물관과 비슷하다고 하는 게 맞는 말이다.
두 건물 모두 우리나라 건축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훌륭한 작품들이니 서로 원조를 주장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두 건물 모두 우리나라 3D 비정형 설계에 의한 대표적인 건축 사례다.
흥미롭게도 두 건물 모두 여성 건축가들의 작품이다.
DDP는 이란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작품이고, JGPM(전곡선사박물관)은 프랑스 X-TU사의 아눅 르졍드르가 설계했다.
아눅은 전곡선사박물관 프로젝트로 능력을 인정 받아 보르드 와인박물관, 시카고 해양박물관등 굵직한 국제공모에서 당선되어 유명한 건축가가 되었다.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건축가가 설계한 두 건물이 외형과 실내가 언뜻 봐도 비슷한 이유는 왜일까?
그것은 전곡선사박물관에서 시공이 까다로운 3D 비정형 설계 건물의 시공 경험을 충분히 쌓은 건설회사들이 DDP 건축에도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전곡선사박물관과 DDP는 사촌 형제쯤 되는 것인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스타일의 울트라 모던한 건축물은 전곡같은 자연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게 더 좋아 보인다.
전곡선사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또 한 가지 놀라는 것은 구석기시대 박물관이라고 해서 움막집 같은 건물을 연상하고 왔는데 선사시대의 이미지와는 다소 이질적인 마치 우주선을 닮은 초현대식 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구석기 박물관의 이미지로는 선뜻 이해가 안되는 건물이라는 질문을 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구석기시대 최고의 하이테크인 “아슐리안 주먹도끼”를 전시하는 박물관을 당대 최고의 건축기술을 발휘해 지어보자는 소망으로 이런 스타일의 현대적인 박물관 건물이 들어섰다고 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모습이다.
벌써 10년 넘게 이곳에 근무하지만 정말 박물관 건축이 주는 상징성과 아름다움에 늘 감탄하고 있다.
이제는 연천의 랜드마크가 된 전곡선사박물관을 보면서 박물관 건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고 있다.
전곡선사박물관은 국제설계공모에 의해 건축이 진행되었다.
전 세계에서 400여 점에 가까운 작품들이 응모했을 만큼 뜨거운 열기속에서 탄생한 박물관이다.
국가 사적인 전곡리 유적에 세워지는 박물관인 만큼 유적의 경관과 잘 어우러지는 박물관 건축이 최우선으로 고려되었다.
전곡리 유적에서는 박물관이 잘 보이지 않는 이유다.
전곡선사박물관을 설계한 건축가는 박물관의 외형을 원시 고대 생명체의 이미지에서 따 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마치 아메바가 세포 분열하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박물관 외관이 탄생한 듯싶다.
전곡리 구석기 유적을 품고 있는 현무암 절벽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와 같은 형태로 설계한 이유는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연결의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박물관 실내 분위기는 구석기사람들이 살았던 동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또한 박물관 앞에 인공수로를 조성하여 물길을 끌어 들인 것은 한국의 전통 풍수 사상을 연구하여 박물관 뒤편의 낮은 언덕을 배산(背山) 으로 해석하고 임수(臨水)를 구현 한 것이라고 하니 전곡선사박물관을 설계한 서양 건축가들의 노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몇 해 전 관람객들에게 전곡선사박물관의 애칭을 지어달라는 이벤트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된 애칭이 바로 “은빛 타임머신”이다.
시간여행이 현실이 되는 곳 그곳이 바로 전곡선사박물관이다.
(신문 연재는 끝났지만 이한용의 구석기통신은 박물관 홈페이지 선사칼럼 코너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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