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검지 썰매 가른 권문해權文海
권문해(權文海), 〈달밤에 김임보 홍민과 썰매를 타며 공검지에서 놀다[月夜 與金任甫 弘敏 乘雪馬 遊恭儉池]〉
십 리 편평한 호수 옥으로 놓인 다리 十里平湖玉作橋。
썰매 치달리니 흡사 준마로 질주하 듯 雪轎馳似馬蹄驕。
덜커덩덜커덩 풍이 굴을 메아리치니 轔轔響徹馮夷窟。
풍뢰에 성난 교룡 일어난 것 보시리라 應見風雷起怒蛟。
《초간집(草澗集)》 권1에 수록된 시인데, 언제 쓴 것인지는 모른다.
어느 달 밝은 겨울밤 초간(草澗) 권문해(權文海, 1534~1591)와 사담(沙潭) 김홍민(金弘敏, 1540~1594)이 옥다리가 놓인 듯 꽁꽁 얼어붙은 상주(尙州) 공검지(恭儉池)에서 썰매[雪馬]를 타고 신나게 질주하셨다.
물을 뿌리고 매끄럽게 관리를 하지 않아 빙질이 좋지 않아 썰매 덜컹대는 소리가 메아리쳤으리라.
풍이(馮夷)라는 물의 신 하백(河伯)이 사는 호수에 옥 같은 얼음이 덮인 공검지는 흡사 굴인 듯한데, 그 굴을 울렸으리라.
초간 선생은 《주역》 〈익괘(益卦) 상(象)〉에 “바람과 우레가 합해진 것이 익괘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선행을 보면 그것을 따르고, 잘못이 있으면 고친다.〔風雷, 益, 君子以, 見善則遷, 有過則改.〕”고 했으니 선행을 따르고 잘못을 고쳐 성난 교룡처럼 웅비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낸다.
호남은 썰매 타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엄청 추운 날이라도 얼어붙은 논바닥 말고는 탈 곳이 없다.
나는 여태 상주 공검지를 보지 못했다. 우복동 친구 만나러 가서 봐야겠다.
초간 선생 후예로 학문이 출중한 권경열 선생이 계신데, 주제넘은 번역의 잘못은 용서하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