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동남비孔雀東南飛, 동남쪽을 나는 새?
후한 말기 문단을 주름잡은 채옹蔡邕(133~192)한테는 채염 蔡琰이라는 딸이 있었으니, 그가 겪은 간난은 참말로 극악무도하기 짝이 없으니
이 이야기는 훗날 혹 다른 기회를 엿보기로 하고, 이 딸 역시 아버지에 견줄 만한 뛰어난 시인이기도 했으니
그가 지었다고는 하나, 그 작자가 정확히 누구인지는 논란이 많은 공작동남비孔雀東南飛라는 유명한 시가 있으니, 본래 이 시는 제목이 없지마는 그 첫 구를 따라서 이리 이름한다.
그 첫 대목은 이렇다.
孔雀東南飛
五里一徘徊 5리마다 한번씩 서성이네
十三能織素 열셋에 비단짤 줄 알았고
十四學裁衣 열넷엔 옷 만들기 배웠네
내가 늘 의심하는 대목은 저 첫 구절 공작동남비孔雀東南飛라
이는 공작孔雀이라는 동남쪽을 날아간다[飛]는 뜻이거니와
문제는 이에서 말하는 '東南'이 in the 東南인가? 아니면 to the 東南인가? 아니면 from the 東南인가?
다시 말해 공작새가 동남쪽에서 나는가? 동남쪽으로 날아가는가? 아니면 동남쪽에서 날아오는가?
한문에서는 운율 때문에 방향성을 지시하는 어조사가 생략되기 십상인데 이는 문맥으로 추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처럼 저 셋 다 해석이 가능한 골때리는 경우가 생긴다.
동풍東風이 동쪽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 남풍南風이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의미하니, 이에 견주어 본다면 동남비東南飛는 동남쪽으로부터 날아온다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영 석연치 아니해서 어째 동남쪽을 향해서 날아간다는 뜻이 될 듯도 하고
그렇다 해서 공작새가 동남쪽에서 현재 날고 있다 해도 전연 이상할 것도 없다.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전후 문맥을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지만, 이 경우는 그마저도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