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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해자난위수觀海者難爲水, 지나고 보니 너가 최고였어요 by 홍승직 翁

세상의 모든 역사 2023. 9. 1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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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해자난위수(觀海者難爲水)]




≪맹자≫라는 책이 거의 끝나가는 제13장 <진심상>편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바다를 구경한 사람은 다른 물에 끌리기 어렵고, 성인의 말씀을 경험한 사람은 다른 말에 끌리기 어렵다.”

자신이 목놓아 외치고 전파하려는 (나중에 ‘유학(儒學)’이라고 일컬어지는) ‘성인의 말씀’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지금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일단 알게 되면 푹 빠져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요, 다른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게 될 것이란 말이다.

이처럼 강력한 전도사의 말도 만나기 어렵지 않을까!




여기서 “바다를 구경한 사람은 다른 물에 끌리기 어렵다”는 말의 원문은 “관어해자난위수(觀於海者難爲水)”이다.

꼭 있지 않아도 말이 되는 전치사 ‘어(於)’가 언제부터인가 슬쩍 쫓겨나서 “관해자난위수(觀海者難爲水)”라는 여섯 글자로 유통되게 되었다.

그러면서 용처 또한 확대되어, 연애할 때 애용되는 구절이 되었다.

당나라 때 백거이와 함께 대중가요 작사가로 이름을 날렸던 원진(元稹)의 시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증경창해난위수(曾经沧海难为水), 제각무산불시운(除却巫山不是雲).

앞 구절 “증경창해난위수(曾经沧海难为水)”는 바로 ≪맹자≫의 말을 응용한 것이다.




그런데 원진은 전도사로서 말한 것이 아니라, 한때 뜨겁게 사랑했다가 헤어진 옛 애인에게 보내준 말이다.

“일단 바다를 경험했더니 다른 물은 물같지도 않아”라는 말로, “헤어지고 나서 보니 네가 최고였어”란 뜻이다.

이어지는 구절 “제각무산불시운(除却巫山不是雲)”은 “무산(巫山)의 구름낀 경치 말고 다른 곳 구름은 구름도 아니야”라는 말로, 역시 같은 뜻이다.

남녀가 정사(情事)를 나누는 것을 일컫는 고사성어 ‘운우(雲雨)’를 탄생시킨 곳이 무산(巫山)이다.

“관해자난위수(觀海者難爲水)”를 모각으로 새겨봤다.

“내겐 네가 최고, 다른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아”라는 말을 해주고 싶은 사람에게 선물하면 좋은 구절이다.

(9cm X 9cm, 요녕석)



*** 모각 : 전각 연습의 중요한 과정으로, 옛날 명작을 그대로 새겨보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길을 잘못 가면 (수호지에 등장하는) 인장 위조범으로... 완전히 똑같게 새기기보다는 그 기풍을 연습해보는 것이다. (마지막 사진이 모각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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