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야잠필 2024. 8. 27.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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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쓰레기


일을 하다 짬을 내어 사무실 정리를 오래간만에 했다. 

버려야 할 것을 솎아 내어 보니 

정말 아무도 안 들고 갈 만큼 남루한 쓰레기로 볼 수밖에 없는 물건만 보였다. 

나이가 점점 들면서 느끼는 생각은

폐기하는 쓰레기도 주인의 나이에 비례하여 

점점 남루해진다는 것이다. 

세월이 경과한 때문도 있고, 

대개 오래된 것을 버리지 못하는 까닭은 

그 물건에 담긴 기억이 아까와서인데 

그러다 보니 나중에 버릴 때 보면 쓰레기도 그런 쓰레기가 없다. 

정리할 때 버리지 못하는 것은 
기억이 아까와서인데 

나이가 들수록 버려야 할 것은 버리고 

깔끔하게 주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젊었을 때는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나이가 들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옆에서 보기에도 좋지 않고, 

무엇보다 스스로의 마음이 덩달아 남루해지는 것 같아 

좋지 않다는 생각이다. 

가끔 공립도서관에 가 보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교수님이 기증한 책이 문고가 되어 있는 것을 보는데

저런 책을 왜 안버리고 가지고 있었을까 싶은 것도 꽤 있다. 

아마 그 양반들도 그 책에 담긴 기억이 아까와서였을 텐데, 

내 기억 중 남겨 둬야 할 것은 남겨두되 

버려야 할 것은 틈틈이 버리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버리는 쓰레기가 점점 내 자신처럼 같이 나이가 들어보이는 것은 

별로 기분 좋은 일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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