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해도 되지 않는 나라

조선시대 족보를 보면,
소위 잔반이란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 수 있다.
여기서 원래 신분이 평민 내지는 천민이었다가
각고의 노력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신분을 양반 비스무리한 것으로 상승시키는 이들을 제외하고 보면,
원래 양반 계급이었다가 세대가 뒤로 가면서 점점 신분이 하락하여 결국
우리 학계에서 말하는 잔반이라는 것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자기가 살아가며 뭔가 큰 잘못을 한다던가(역모라던가 아니면 재산을 탕진한던가) 하지 않는다면
멀쩡하던 양반이 잔반화 한다면 아래 둘 중 하나이다.
첫째는 선대 누군가가 서자인 경우이다.
원래는 서자가 되고 나면 당대에만 제한을 받고
그 다음대가 되면 직역을 유학으로 부여해도 좋다고 했지만
이건 말뿐인 것으로 선대에 한번 서자가 되고 나면 그 아래로는 줄줄이 금고가 되어 정상적 출사를 못하니
조상 중에 한 명만 서자가 나오면 그 아래는 잔반화 하는 것을 예약해 놓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다음으로는 재수 없이 지손에 지손을 겹치게 되는 경우이다.
조선 후기가 들어오면 장자상속, 장자에게 재산을 몰아주게 되니
장자 이외의 지손을 3-4대만 거듭하게 되면
가진 것 하나 없는 쪽박 찬 양반 끄트머리를 예약해 놓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는 어떤 집안이든 다 마찬가지로,
소위 명문 대가 벌열이라 하는 집안들도
지손들로 가면 별볼일 없다는 것이 눈에 확연하여,
종손과 지손과의 차이가 하늘과 땅차이 만큼이나 벌어지게 되었다.
따라서 양반의 자손들 중, 서자의 후손이거나, 지손으로만 계속 내려가면
내가 아무리 잘 하고 열심히 살아도
몰락 양반으로 전락하는 것은 예약해 놓은 것이나 다름 없었으니,
19세기란, 이런 사람들이 태어날 때부터의 울분을 가지고 살며
한쪽에서는 평민 천민에서 각고의 노력으로 올라온 하층민 출신 유학모칭자들과 합쳐져
나라를 극히 불온하게 만들었으니
이들의 울분이 마침내 폭박할 것이 바로 동학혁명이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