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회고 (9): 다음 인도 여행은 관광으로
필자는 인도출장을 정말 빡세게 다녔다.
필자만 그런 게 아니라 동료들도 다 마찬가지로 연구 기간 내내 거의 혼자들 들어갔고
현지 고고학자들과 숙식을 같이하며 데칸대에서는 학생식당 밥을,
현지 발굴 현장에서는 야영식을 함께들 하며 지냈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현지 고고학자들이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나간 경비는 별로 없지만 몸이 고되다.
대신에 얻은 소득은 이들과 동료처럼 친해졌다는 것이다.
군대 이야기가 왜 인기가 있겠는가?
같이 고생을 하면 할 말도 많아지는 법이고,
그렇지 못하면 경원시하는 법이다.
필자 쪽만 이렇게 하는 게 아니다.
인도 들어오는 미국 친구들.
그 친구들이 돈이 없겠는가?
그래도 다들 현지에서 인도친구들과 같이 어울리고 밥먹고 같이 고생하고 나간다.
걔들이 지금 전 세계 학계를 주름잡고 있다.
인도에는 일본의 대규모 발굴단에 대해서는 별로 인식이 썩 좋지 않은 것을 보는데,
이들은 노상 하던 대로 발굴현장에 무더기로 몰려와 발굴을 주도하고
발굴 보고서와 논문 출판까지도 일본 현지에서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인도 학자들은 객이 될수 밖에 없어 내놓고들은 이야기하지 않지만 별로 좋아들 하지 않는다.
일본학자들과 친해진 인도고고학자들도 별로 많지 않다.
우리도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는 돌아볼 일이다.
각설하고-.
다음 인도행은 출장이고 뭐고 다 관두고 여행으로 가고 싶다.
필자의 인도출장기를 정리하다 보니 저때 내셔널 지오그래픽 연구비를 집행하고 빠듯한 경비에 얼마나 긴장들 하고 있었는지,
뭐 제대로 된 인도 구경 한 번 제대로 못했다.
홍종하, 오창석 교수는 아잔타 석굴이 바로 지척이었는데 (아잔타 엘로라 석굴은 데칸대 바로 옆에 있다) 가 보지도 못했고 (필자도 마찬가지)
웃긴 것은 필자가 2016년인가 현장발굴을 마치고 델리로 나와 귀국 비행기편을 기다리는데
시간이 남아 혹시 델리에서 한 군데 볼 만한 곳이 있으면 좀 알려달라 했더니
김용준 선생 왈 꾸뜹 미나르라는것이 좋다고 거기를 보고 가라는 것이다. 시간도 딱 맞을 것이라고.
그래서 가봤다. 좋더라. 처음 봤다. 그런 것.
그런데 필자는 당일 출국 하려고 택시를 타고 발굴 현장에서 델리로 온 탓에 여기가 어딘 줄 몰랐는데,
이번에 글쓰면서 찾아보니 지도에서 보고 놀랐다.
꾸뜹 미나르는 필자가 델리 올 때마다 숙소로 이용하던 인도고고학회 게스트 하우스 바로 옆에 있었더라.
지도를 보니 겨우 몇백 미터 거리더라는.
워낙 일정이 빡빡하다 보니 바로 옆 명소도 보지 못했던 것인데
다시 인도로 가게 되면 관광객으로 가려고 한다.
출장지로서의 인도는 이제 빠이빠이다.
다음에 가게 되면 타지마할, 아잔타 석굴, 바라나시 다 볼거다.
물론 관광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