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대동보는 망각과 타협의 결과이다

신동훈 識 2025. 9. 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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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자에 나온 어느 집안 대동보. 대동세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것이 끊임없이 나오는 힘은 대체 뭘까?

 

이런 이야기는 어떤 특정 문중 이야기는 아니니 오해 없길 바란다. 

그렇다고 해서 가공의 이야기는 아니다. 

어느 집안이나 흔히 있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우리는 문중의 옛날부터 뭔가 대동보 비스무리한 족보가 있어

이것이 확대되면서 지금의 대동보 모습을 갖추었으리라 생각하지만 

족보도 사람의 기억의 산물인지라 자연히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게 되어 있고

내 주위는 많이 알고 멀어지면 모르게 되어 있다는 말이다. 

족보라는 건 결국 망각과의 싸움이라 

제때 정리하지 않으면 하나도 기억이 남지않는 것은 옛 어른들이라 해서 다를 바 없다. 

이런 경우가 있다고 해보자. 

우리 문중으로 알던 사람들은 아닌데 

수백년 전에 갈려 나간 동족이라고 하여 

족보에 이제부터라도 적어 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것도 수백년 전 조상의 후손들이니 

수백 수천 수만은 되는 사람들이 그렇게 알려온다면, 

이런 경우라면 어찌하겠는가?

이런 경우, 생각보다 우리나라에 많았다. 

이 집안에서 갈려나간 것은 아는데 

언제 누구한테서 갈려나갔는지를 모르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옛날에는 별보라고 해서 

족보에 따로 지면을 내서 계보와는 별도로 이들을 실었는데

요즘 대동보 보면 이런 별보를 유지하는 집안은 하나도 없다. 

다 어딘가에 어떤 방식으로든 해소하여 계보 안에 집어 넣은 것이다. 

우리는 어느 한 문중 대동보의 계보를 보면

가짜 족보를 사서 들어갔네 아니네 이런 것만 생각하지

이 계보 자체가 망각과의 싸움이라 

무수한 오류가 있을 가능성을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현대, 21세기 각 문중의 족보. 

바로 이러한 망각과의 싸움의 결과이며, 

그 계보가 산뜻하게 한장으로 정리될수록 

그 사이에는 수많은 망각과의 타협이 있었을수 있다는 점, 

한 번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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