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굴 영화를 봤으면 한다는 주문, 실제로 나온 영화 '도굴'
2017년 7월 1일, 그러니깐 딱 7년 전 오늘 나는 2회에 걸친 방송작가님들 대상 강연 중 마지막을 했다.
내가 어쩌다 저 자리 불려나가게 되었는지는 잊어버렸지만, 아무래도 문화재 기자를 오래했으니, 그런 데서 작가분들한테 할 이야기가 있을지 모르겠다 해서 이차저차한 인연으로 나한테 강연 의뢰가 오지 않았나 한다.
당시 나는 저 작가분들한테 하나라도 혹 소재를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가 무엇이 있을까 나름 고민했다고 기억하거니와, 넓게 보면 같은 언론업계 종사하는 같은 종사자로서 어찌 고민이 아주 없었겠는가?
그런 고민 끝에 내가 들고 나간 것이 도굴이었다. 도굴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 해서 그런 소재 혹은 주제를 추천하고 싶었으니
한국 현대사에서 유명한 도굴 사건 두 가지로써 예화를 들어 소개했다.
저날 나는 내 페이스북 계정에 그런 소식을 전하면서 나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무령왕릉 발굴과 석가탑 도굴 사건 두 가지로 준비했다.
이 두 사건은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었으면 하는 꿈이 있다.
우리도 고고학 미술사 소재 극이 나와야 한다.
저 두 사건 유명하다. 무령왕릉 발굴은 도굴이 아니라 정식 발굴이었지만, 그 발굴과정은 흡사 도굴을 방불했으므로 도굴이라는 관점에서 나는 그날의 흥분과 그것이 초래한 도굴을 방불하는 발굴 이야기를 했다.
나아가 두 번째 예화로는 1960년대 석가탑 도굴 미수 사건을 들었다.
이 사건이 실로 아슬아슬한 게, 그 석가탑을 들추어 그에 봉안한 사리장엄을 꺼내고자 한 시도는 저들이 엉뚱한 층위를 들춤으로써 미수에 끝나고 말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해서 탑은 해체 수리를 하게 되었으니, 그 과정에서 저 유명한 무구정광대나라니경이 나온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은 그것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저들이 황룡사 목탑터 심초석을 들어내어 그에서 사라장엄구를 도굴한 것으로 드러나는 일로 발전했으니, 이 사건 역시 미친 여파가 자못 컸다. 더구나 그 도굴단이 물건을 집중으로 댄 데가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런 가장 큰 국내 대기업 창업주였으니, 어찌 이 사건이 크지 아니하리오?
이런 이야기들을 하면서 나는 도굴 혹은 문화재를 소재로 해서도 얼마든 재미 있는 영화 드라마 만들 수 있으니, 꼭 내가 말씀 드린 이런 사건이 아니라 해도 이런 소재들도 한번쯤 고려해주십사 부탁드렸던 것이다.
그 와중에 나는 요새 도굴꾼들이 공부를 안 해서 저지른 멍청한 짓들을 소개하기도 했으니, 석가탑 도굴 미수는 실은 그네들 얕은 지식에서 비롯된 미수였고, 그만이 아니라 이미 해체복원하고 사리장엄은 몽땅 드러낸 석탑을 허망하게 털었다가 개털된 일과 더불어
겁대가리 없이 조선왕릉인가 하는 무덤을 파헤쳤다가 미수에 그친 사건을 언급했으니
조선왕릉이나 사대부 무덤은 회격묘, 곧 시멘트 공구리 무덤이라 다이너마이트나 굴삭기 없이는 그 짧은 밤중에 도굴할 수 없음에도 그런 멍청한 시도를 하다가 미수에 그친 일을 논급하기도 했으니
그러면서 나는 이런 도굴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한다 했을 때 가장 큰 문제가 러브라인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으니, 혹 여러분이 제작을 하신다면 이 부분은 적당히 만들어 넣었으면 한다는 부탁까지 했더랬다.
그러면서 혹 내가 소개한 저런 사건을 극화한다 해도, 나는 저작권료 받지 않을 테니 맘대로 사용하셔도 된다고까지 했다.
이 일이 있은지 3년 뒤, 영화 '도굴'이 개봉했다.
감독 박정배에 각본 류선규에 이제훈 조우진 신혜선 임원희가 주연한 이 영화는 싸이런픽쳐스가 제작하고 CJ 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았거니와, 유감스럽게도 흥행에는 그닥 성공하지 못해 2020년 11월 4일 개봉해 관객 154만5천281명을 동원하는 기록을 남겼다.
이 영화 도굴은 거대 재벌 회장이 얽힌 도굴 사건을 소재로 삼는다. 도굴 대상으로 삼은 데는 서울 선릉, 성종대왕이 묻힌 곳인가 그럴 것이다.
물론 코믹성 강한 이 영화는 탐욕에 물든 도굴꾼 실질 배후 재벌회장이 몰락하는 이야기를 그렸거니와, 그 이야기 전개 전반이 물론 내 착각일 수는 있지만, 내가 저 강연에서 소개한 바로 그 석가탑 도굴 미수사건과 조선왕릉 도굴미수사건 딱 그것이었다.
저 영화 보면서 그래서 나로서는 몹시도 묘했다는 말을 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