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조선시대 미라

마왕퇴 (4): 의학자와 文士의 기로에서

초야잠필 2023. 10. 2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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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쓴 곽말약의 이야기를 조금 더 써보겠다. 

곽말약은 앞에 쓴 것처럼 큐슈제대 의학부 출신 의학사-의사인데 
졸업한 해가 1923년. 

당시로서는 최고수준 학벌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래도 환자를 직접 봤다는 기록이 전혀 없으니 졸업과 함께 의사는 사표를 던진 것이나 다름없겠다. 

곽말약 글을 보면 의학자 특유의 섬세함과 날카로움이 보이는데, 

추리소설 작가로 명성을 날렸지만 셜록 홈즈 소설에서 

의사 특유의 문진법을 추리에 그대로 적용한 코난 도일처럼 

의대에서 보낸 본과 4년은 그의 평생에 깊은 영향을 미쳤음은 분명하다. 

셜록 홈즈의 "추리"는 사실 내과의사의 문진법이다.

 
곽말약과 마왕퇴 미라 관련해서는 두 개 이야기가 전한다. 

사람들 사이에 전해오는 이야기라 맞는지 틀리는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중국 쪽에서 전해오는 이야기에 이 이야기는 언제나 인용되는 부분이 많은 것을 보면 

사실일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마왕퇴 고분에서는 그 당시 담근 술을 병에 담아 많이 매납했는데 
발굴 당시 술병에 여전히 액체가 담겨 있었던 경우가 있었던가 보다. 

이 술병의 "2000년전 술"을 곽말약이 가져오게 해서 

이천년전 술맛은 어떤지 원샷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의대까지 졸업한 그가 수천년이라는 세월동안 알코올은 식초로 변하다 못해 모두 증발하고 없어졌을 것이라는 것을 몰랐을 리도 없고, 

또 그 술병 안에 담긴 액체는 원래의 술이 아니라 빗물이나 내부의 수증기가 응결한 액체일 가능성이 더 많다는 것을 몰랐을 리가 없다. 

그럼에도 술병의 "이천년전 술"을 가져오게 해서 마셨던 것을 보면, 

의학자 이전에 문사의 기질이 더 그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 

마왕퇴 발굴 당시 중국인들에게 퍼진 소문 중에, 

마왕퇴 미라가 눈을 떠서 이야기를 하는데 알아듣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는데, 

오직 우리의 곽말약 선생만이 알아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말이 무려 2천년전의 중국어로서 이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문사는 전 중국에 곽말약 혼자라는 말이 되겠다. 

곽말약은 미라에게 2천년전 말을 좀 더 가르쳐달라고 정중히 부탁했는데, 

미라는 이를 거절하고 오히려 곽말약에게 지금 시를 좀 가르쳐 달라고 반대로 부탁했다는 것이다. 

이런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도 곽말약에게는 전해 오는데, 

의사와 문사와 곽말약, 마왕퇴 미라라. 

요즘으로서는 좀체 이루어지기 어려운 조합이었다 하겠다. 
 

곽말약이 마왕퇴 고분에서 나온 술병의 술(?)을 원샷했다는 소리가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술이 맛이 좋았더라는 이야기는 없다.



*** Editor's Note ***


2천200년전 중국말을 누가 알아듣겠으며
더구나 광동어를 누가 알아먹겠는가?
저 일화는 다른 측면에서 생각할 대목이 적지 않다.

함에도 글로는 통용한다.
놀랍지 않은가?
말로는 통하지 않는데 글이 이천년 간극을 메운다는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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