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시대의 군자삼락과 21세기의 군자삼락
이천삼사백년 전 중국 땅에 맹가(孟軻)라는 이가 있어, 그가 말하기를
군자에겐 세 가지 즐거움이 있으니, 천하에 왕노릇 하는 일은 그에 들지 아니한다. 부모가 모두 살아계시고, 형제가 별 탈이 없는 것이 첫번째 즐거움이요, 하늘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고 다른 사람들에게 비추어 내가 쪽팔리지 않음이 두번째 즐거움이며, 천하의 뛰어난 인재를 얻어 그를 가르침이 세번째 즐거움이다.
君子有三樂, 而王天下不與存焉; 父母俱存 兄弟無故 一樂也; 仰不愧於天 俯不怍於人 二樂也; 得天下英才 而敎育之 三樂也.
라 했거니와, 그의 말과 생각을 집대성했다는 저 《맹자孟子》 진심(盡心) 편에 보이는 저 세 가지가 꼭 저에 드느냐 하는 논란은 시대에 따라, 개인 취향에 따라 다름이 없진 않겠지만, 요새는 저 두 번째가 절실히 다가온다.
하늘 우르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고, 다른 사람들한테서도 쪽팔리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이를 우리는 휴밀리에이션humiliation이라 한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장치가 이것이라고 나는 본다.
이 휴밀리에이션은 그것을 절감하는 이에게는 눈을 들지 못하게 하거니와,
그 동인動因이 내적인 일도 있겠고, 외적인 일도 있겠거니와, 그 어느 것이나 그것이 꼭 원망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면야 괜찮은 충격파다.
이 휴밀리에이션이 지닌 정화 기능 중 하나가 환상 타파와 미련 짜르기다.
간단히 말해 미몽에서 깨어나는 지름길이다.
이 군자삼락君子三樂이 시대에 따라 새옷을 입기도 하거니와 요새는 첫째 락이 잘난 부모요,
둘째 락이 잘난 마누라며, 셋째 락은 잘난 자식이다. 부모가 나한테 물려줄 변변찬은 유산 없으면, 처가 혹은 시가라도 있어야 하며,
두 군데 다 쫄딱 망해도, 방탄소년단 같은 자식 하나 있으면야 만고땡 룰루랄라 하지 아니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