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려면 일해야 했던 우리나라 가축들

우리나라 가축들은 일차적으로 잡아 먹자고 키운 것들이 아니다.
흔히 소도 키우고 돼지도 키우고 닭도 키우고 개도 키우고
그러다가 제사가 있건 잔치가 있건 하면 이를 잡아 잔치용 제수용으로나 쓰려고 저 가축들을 키웠을 것 같지만,
우리나라 조선시대에 키우던 가축들은 그냥 놀고 먹어선 안 되고 뭐라도 일을 해야 했다.
소는 농사일에 동원할 수 있으니 키운 거고,
닭은 잡아 먹으려고 키운 게 아니다.
닭알 때문에 키운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닭고기가 탐이 났다면 닭을 키울 필요가 없다.
천지사방에 닭하고 구분도 잘 안가는 꿩이 널렸는데 뭐하러 닭을 키우고 있겠는가.
개도 마찬가지다. 집이라도 지키는 것이니 키우고 있는 것이지,
이렇게 키우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잡아 먹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돼지 사육이 인기가 없던 것은 바로 그래서다.
일단 먹는 사료가 사람 음식과 상당 부분이 겹치는 데다가,
이걸 가지고 농사를 짓겠는가, 밭을 갈겠는가, 알을 낳게 하겠는가 집을 지키겠는가.
그러다 보니 순전히 고기 먹자고 키우는 용도가 아니면 돼지는 키울 이유가 없으니,
우리나라 조선 후기, 돈이 좀 돌기 시작하는 시점이 되어야 비로소 한성부를 중심으로 돼지고기 파는 집이 좀 생기기 시작하지
그 전에는 우리나라 돼지를 제대로 키우지도 않았다. [돼지 유일한 쓰임새는 거름이었다. 문제는 그 때문에 들끓는 파리 모기는 사람을 미치게 한다.]
그러다 보니 돼지는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고 키워 봐야 어디 써 먹을 데도 없으니
자연히 돼지는 눈밖에 나서 서양선교사들이 구한말 우리나라 돼지를 보고는
왠 강아지 만한 돼지가 돌아다닌 것을 봤다고 신기해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돼지-.
가축도 일해야 먹고사는 한국에서 제대로 발 붙이고 살기 힘들었다 할 수 있겠다.
*** [편집자주] ***
한국고문서는 가장 많이 봤다 할 안승준 선생 전언에 의하면 조선시대 고문서에서 아예 돼지 자체를 언급한 사례를 본 기억이 없다 하며 이르기를
조선시대엔 돼지를 키우지 않았나 봐
한다.
돼지?
안 키웠다.
무령왕릉 발견보다 더 위대한 발견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