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원"이라는 이름
창덕궁 후원은 필자가 어렸을 때까지는 비원祕苑이었다.
이 이름이 얼마나 유명했냐 하면 중학교인가 영어 교과서에까지 나왔었다.
외국인이 비원이 어디냐고 물어보는데 답을 하던거던가
교과서에서는 비원을 Secret Garden 이라고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이름이 언제부터인가 일제가 궁궐을 모욕하라 붙인 거라 폄하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창덕궁 후원이라는 이름을 두고 비원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면 몰상식한 놈 취급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아직도 비원이라는 이름은 끈질기게 살아 남아
지금도 창덕궁 후원은 몰라도 비원은 사람들이 안다.
비원이라는 이름이 일제가 조선왕궁을 모독하려고 붙인 건지 뭔지는 모르겠다만
(그럴 수도 있겠지만, 만약 그랬다면 걔들도 정말 할 일도 없던 놈들이라 보지만)
비원이라는 이름이 이렇게 끈덕지게 전해져 내려오는 건
그 자체 이미 사람들 사이에서 생명을 얻었기 때문이라 본다.
비원이 일제시대에 첨 시작된 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벚꽂이 사쿠라라 다 베어버리자는 말처럼 솔직히 공허하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인 생각에는 꼭 비원 아니라도,
너무 이름이 길고 이해도 어려운 문화재의 경우는
하나씩 작고 예쁜 닉네임이라도 정책적으로 지어 붙여주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창덕궁 후원에 비원=Secret Garden이라는 이름은
뭐 모욕을 하려 붙였는지는 모르겠다만,
창덕궁 후원보다는 훨씬 잘 붙인 이름이라 생각한다.
아마 Secret Garden이라는 이름에 낚여서
입장권을 사든 외국인들도 꽤 많았을 거라고 보기 때문에-.
창덕궁 후원을 공식적인 이름으로는 고수하더라도,
비원도 이제 닉네임 정도로 대중에게 돌려주는 것도 괜찮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 Editor's Note ***
일부 몰상식한 국사학자, 것도 열라 유명한 전업 역사연구자들이 저런 논리를 들고 나와 일제 잔재 청산 운운했다.
더 웃긴 건 그 대신, 조선시대에 흔히 쓰는 이름이라 내세운 것이 후원後苑.
다만 비원이건 후원이건 간단히 말해 뒤안 이라는 뜻이다.
뭐 대단한 것 같지?
뒤안이다 뒤안!
다만 저 말로는 창덕궁 뒤안을 설명할 도리가 없어 그 앞에다가 모름지기 창덕궁 비원 혹은 창덕궁 후원이라 한다.
비원이 일제 잔재?
후원에 견주어 백 배 천 배 폼난다.
더 웃긴 건 비원은 일제 잔재라 해서 청산해 놓고는 그 영문 명칭은 그대로 시크릿 가든을 주구장창 쓴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