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로서의 족보

필자의 작업, 조선시대 19세기 말 검안 서류에는
단지 그 당시 검시 자료만 달랑 들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앞에는 관련자들의 취조 증언이 들어 있어
당시의 사회상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이 자료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검시자료였지만,
이 검시자료를 이해하려면 당시 정황을 알아야 하니
이것저것 공부하면서 여기에 이르렀다.
족보는 사실 필자는 보학자도 아니고,
보학 자체에는 별 관심 없다.
그리고 필자는 경험상 족보의 내용, 집안 전승의 내용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사람의 기억이란 묘하게 유리한 쪽으로 비트는 습성이 있어서
의도적이건 아니건 간에 족보는 그 족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희망을 반영한다.
단순히 우리 족보는 가짜가 아니다,
라는 것으로 이야기 할 만한 것이 아니다.
진짜라도 전승이나 족보 내용에는 허위가 많다.
따라서 족보 내용은 제3의 다른 자료로 검증이 필요하다.
필자는 검증되지 않는 족보의 기술은 일단 허구로 본다.
그리고 실제로 허구인 경우가 많았다.
족보와 호적, 그리고 또 다른 역사기록 세 가지를 참고하면
거의 확실하게 당시의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호적과 역사기록에서 교차검증되지 않는 족보 기록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필자는 본다.
족보와 호적, 또 다른 역사기록을 들고 조선후기를 짚어 내려오면
도대체 왜 구한말이 그런 모습이었는지 이해가 가능하다.
필자 생각에는 족보만 들고 역사연구를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만
족보와 호적, 또 다른 역사기록을 들고 작업한다면
족보도 훌륭한 사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일본서기나 고사기의 기록을 대하는 자세로 족보를 대한다면
족보는 경우에 따라서는 일급 사료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족보의 내용을 진실에 바탕해서 보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사실은,
우리 집안 족보나 일은 내가 잘 안다고 하는 분들의 증언이다.
이 확실하기 짝이 없는 것 같이 보이는 증언 상당수는
사실 그 분 본인, 혹은 그 선대의 기억에서 의도적이건 아니건 왜곡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족보는 그 집안 이야기는 듣되 별로 신뢰하지 말고
오직 호적이나 제3의 사료 같은 믿을 만한 것만 놓고 상호비교하면서 봐야
사실에 접근이 되지,
그 주변 인물들의 증언은 사실 같으면서도 아닌 것이 많아
족보를 사료의 하나로 보는데 있어 오히려 방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