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역사학자로서의 첫발을 떼다

오랜 기간 필자는 데이터를 손에 들고 이에 대한 과학적 해석으로 쓴 논문으로 청중을 상대해왔다.
따라서 필자의 논문은 어디까지나 데이터 기반 학술논문이다.
이러한 점은 필자의 학자로서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최근 여러모로 생각이 많고,
또 이런저런 조언을 종합해 보면 필자는 남은 생애
될지 안될지 모르겠지만, 한 단계 더 학자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큰 그림, 큰 주제 아래에 지금까지 해온 모든 연구를 모아 나가야 하고.
또 그 그림을 제대로 그리기 위해서는 필자가 싫건좋건
역사학자 비스무리한 역할을 지금부터 해야 하는 상황에 왔다고 절감한다.
필자가 그런 정도의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지금까지 해온 연구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는
사이비 역사학자 흉내라도 내야 할 판이라는 점을 말해둔다.
앞으로 필자가 공식적 학회 발표에서도
지금까지 데이터와 해석만 이야기하던 모습과는 달리
역사학자 비스무리한 코스프레를 하고 학술발표를 하는 모습을 많이들 목격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역사학자가 아니다.
하지만 해는 저물고 길은 먼데 日暮途遠,道阻且長
아직 더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는 바,
그 나머지 길을 가기 위해선 엉터리 역사학자, 사이비 인문학자 흉내라도 내야 할 판이라는 점을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오늘 해외 청중을 상대로 그 사이비 역사학자로서의 첫발을 똈다.
이렇게 무리하면서도 굳이 역사학 영역으로 넘어가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마 필자의 계획이 무위에 끝나지 않고,
또 필자의 학자로서의 생물학적 수명이 충분히 남아 있다면 (제대로 머리 돌아가는 시간이 아직 남아 있다면)
그 이유는 종내에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요컨데-.
필자가 할 일이 없어 역사학자 흉내를 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하며
필자가 이 분야 프로가 아니라는 점은 내 스스로 잘 알지만,
日暮途遠,道阻且長
무리하면서도 스스로 택한 길이니 후회없이 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