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의 책 열성수교列聖受敎 (1) "귀천을 가리지 말고"

앞에서도 한 번 썼지만,
우리나라 조선후기에는 열성수교列聖受敎라는 책이 있다.
이 열성수교는 내용이 하나가 아니라
필자가 아는 바 여러 집안에서 열성수교를 찍어냈다.
이 열성수교는 빠른 것이 정조대까지 확인되고
실물은 국립박물관과 규장각에도 들어 있다.

열성수교의 내용은 간단하다.
이 집안의 이러이러한 조상이 이처럼 대단한 사람이니
이 사람의 후손들은 귀천을 막론하고 군역에서 빼주라는 것이다.
열성수교라고 이름 붙은 책에서 다루는 집안과 조상도 다르고
그 내용도 차이가 있지만 결국 마지막, 그 사람의 후손에게 군역의 편의를 봐주라는 점에 있어서는 거의 동일하다 하겠다.
이 책은 현재 국박이나 규장각 모두 해제가 간단하게만 붙어 있는데,
이 책은 어떤 집안 조상을 찬양하는 단순한 동기로 쓰여진 것이 아니다.
물론 일제시대가 되면 납활자로 재간되었던 것도 있는 듯한데
이때의 목적은 오래된 문헌에 집안 조상님의 이야기, 특히 교서가 실려 있고 하니
조상님에 대한 현창의 목적에서 다시 간행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전, 예를 들어 이런 종류의 책이 처음 나왔다는 정조 연간 이전에도 과연 동일한 동기이겠는가 하면
그렇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조상에 대한 현창을 목적으로 쓰여진 책이 아니다.
이 책을 전편을 읽어보면, 어떤 집안에서 낸 열성수교이건 간에
"이처럼 훌륭한 조상을 둔 후손은 귀천을 가리지 않고 군역에서 빼주라"라는 이야기가 있는 바,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귀천을 가리지 않고" 라는 부분이 되겠다.
왜냐.
조선시대에는 양반 직역을 받았던 사람들은 모두 자동적으로 군역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향촌에서 양반으로 인정받던 사람들은 굳이 군역에서 빼주라는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군역을 빼주라고 말한 대상이 되는 사람은
정상적으로는 호적에 양반 직역을 받지 못해 군역의 부과대상이 되는 사람들,
바로 그들이 주 타겟이라 할 수 있겠다.
[필자 주] 이 책에 대해서는 앞에서 한 번 썼던 바, 필자의 생각이 약간 바뀌고 더 첨부할 부분이 있어 고쳐서 2-3회 새로 연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