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겐도와 일본 미라 이야기] (12): 자오蔵王와 슈겐도
슈겐도는 여러 면에서 특이한 종교다.
슈겐도는 스스로를 불교의 일파로 생각한다.
실제로 신도들에게 설파되는 교리를 보면 불교의 일파 같이 보인다.
매우 특이하기는 하지만.
그러나 조금만 유심히 보면 슈겐도는 외피를 불교로 포장할 뿐
실제로는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진 자연숭배, 정령숭배의 전통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바로 간취할 수 있다.
앞에서 명산대천에서 수련하는 슈겐도 행자들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이들의 교리와 숭배대상을 보면 더욱 이런 면이 두드러진다.
일본에 가면, 자오蔵王라는 지명이나 명칭이 제법 있다.
이 자오蔵王라는 명칭이야 말로 슈겐도에서 비롯하는 명칭이다.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만든 1991년 작 애니메이션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추억은 방울방울おもひでぽろぽろ"이라는 제목으로 번안되어 나온 일을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이 에니메이션 보면 주인공이 농활을 위해 방문한 현지의 남자와
차를 몰고 자오산蔵王山이라는 데로 놀러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자오산은 야마가타현山形県 유명한 휴양지로,
이 자오산이 바로 슈겐도에서 이야기하는 자오 때문에 나온 산 이름이다.
야마가타현에는 슈겐도 행자가 많이 수련을 했고
이들이 숭배하는 자오蔵王의 이름을 따 산 이름을 그렇게 지은 것이다.
그렇다면 자오蔵王란 도대체 어떤 존재인가?
자오는 풀네임으로 쓰면 金剛蔵王権現 혹은 金剛蔵王菩薩라고 쓰며,
슈겐도 행자들에게 물어보면 이는 부처 혹은 보살의 이름이라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런 부처나 보살은 불교에는 원래 없다는 사실이다.
정통 불교로 보면 근본 없는 존재로,
이 보살은 Made in Japan 보살이며, 전적으로 일본인들의 창작품이다.
애초에 슈겐도가 숭배하는 최고의 종교적 본존이라는 소위 자오곤겐蔵王権現은
불교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아마도 불교 전도 이전부터 일본에 있었던
어떤 토착 종교적 신앙의 대상이 슬쩍 불교의 옷으로 갈아 입었음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