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겐도와 일본 미라 이야기] (14): 즉신불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슈겐도 교리의 최종 목표는 즉신성불이라 했다.
따라서 고도로 수련한 슈겐도의 성자는 죽어서도 그 시신이 썩지 않는다.
사실 성자가 되면 시신이 썩지 않는다는 개념은 슈겐도에만 고유한 것은 아니다.
유럽에 가 보면 가톨릭 교회 내에 성인 성녀의 시신을 안치해 두되
그 시신의 썩지 않고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지 모르겠다.
이는 가톨릭 성인으로 죽은 후 시신이 썩지 않는 것은 기적의 증좌로 본다.
이를 "Incorruptible Saints"라 부른다.
이 가톨릭 성인의 불멸의 시신은 유럽 교회를 가보면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선 나중에 따로 다룰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가톨릭의 전통에 대해서도 자못 이채롭게 보는 시각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슈겐도의 즉신불 (즉신성불한 시신)만큼은
메스컴 등에서 아예 매우 해괴한 일처럼 다루는 것이 보통이다.
필자 역시 이 슈겐도의 즉신성불 전통에 대해서는
약간 부정적 선입관을 가지고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는데
이 슈겐도 즉신불과 그에 관련된 전통을 직접 실견한 이후에는
이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슈겐도 즉신불은 성불한 증거로 썩지 않는다고 했지만
실제로 슈겐도를 고도로 수련한 행자는 죽을 때가 임박하면 여러 가지 준비를 한다.
정상적인 곡기를 끊고 나무열매 등 몇 가지 선택된 자연재료로만 식사를 시작하고
경전을 읽으면서 명상을 계속한다.
마지막 단계에는 옻을 끓인 차만 계속 음용하며 몸 안의 수분과 지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거의 쇠약한 단계에서 숨을 거두게 되는데
돌아간 시신을 3년 동안 토굴에 안치하여 가매장해 둔다.
3년이 지난 다음에 즉신불이 된 것을 확인하면
추가로 건조한다던가, 훈연한다던가 내장을 제거한다던가 하는 작업도 있는 모양이지만
애초에 미라화한 것은 이 때문은 아니다.
아무튼 확실한 것은 슈겐도의 성자가 죽음에 임박해서
매우 정형화한 방식에 따라 수련하며 즉신불로 완성되기를 기도한다는 점이다.
즉신불이 부패하지 않는 것은 어떤 인공적인 조치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전적으로 슈겐도 행자의 초인적 의지에 의해
극도로 몸의 수분과 지방을 죽기전에 이미 건조화한 때문이라는 점에서
가히 그야말로 초인적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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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겐도와 일본 미라 이야기] (번외 3): 북위 39도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