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당탕 서현이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골 학예사의 문화유산 다시보기]국가유산청과 국립박물관, 이제 '대통합'을 논의할 때다(by엄원식)

서현99 2026. 10. 12.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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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문경시 문화예술과장, 문화예술회관장, 가은읍장 등을 역임하며 26년간 지역 문화 행정 최일선에 몸담았던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총 4회에 걸쳐 기획된 연재의 마지막 편입니다. 그동안 현장의 뼈아픈 현실을 고발하고 국가유산 체계의 혁신과 대통합을 촉구하는 이 연재에 깊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KTX 문경역 앞 마원지구 대규모 발굴 현장… 시대를 품은 '문경의 북망산' KTX 문경역 맞은편, 향후 역세권 공원 부지로 조성될 문경읍 마원리(馬院里) 일대에서 대규모 매장문화유산 발굴 조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몇 해 전 구석기 유물이 확인되기도 했던 이곳은, 이번 조사를 통해 삼국시대 고분군을 비롯해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민묘(民墓)가 켜켜이 중첩되어 발굴되고 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 일대가 오랜 세월 지역민들을 품어온 거대한 공동묘지, 즉 '문경의 북망산(北邙山)'이었던 셈이다.  by엄원식

 

나는 문경에서 26년간 지역 문화 행정의 최일선을 지켰다. 이번 연재를 통해 유적지(터)와 출토 유물(알맹이)이 분리된 모순,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방치되는 지방 향토유산의 현실을 짚었다. 그리고 그 대안으로 현장을 직접 책임질 국가유산청 산하 '지방관서' 신설을 제안했다.

이제 그 혁신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고자 한다. 바로 국립중앙박물관과 국가유산청의 '부처 대통합'이다. 이는 단순히 부처의 덩치를 키우거나 밥그릇을 뺏자는 주장이 아니다. 단절된 국가유산 관리 체계를 하나로 이어, 국민의 문화 향유권과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자는 절박한 제언이다.

 

터와 유물을 쪼개놓은 행정, 현장의 맥락을 끊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은 소속 기관으로서 유물의 수집·보존·연구·전시를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 국가유산청 역시 문화유산의 보호와 관리는 물론, 매장유산 발굴과 동산문화유산의 국외 반출 심의 등 무거운 책임을 다하고 있다. 어느 한쪽이 권한을 독점하거나 안일하다고 폄훼할 수는 없다.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일해 온 현장 전문가들의 공로는 분명하다.

문제는 이 두 핵심 기능이 현장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유적지를 조사하고 정비하는 주체와, 그곳에서 출토된 유물을 연구하고 전시하는 주체가 행정적으로 나뉘어 있다. 유물은 본래 있던 공간적 맥락 속에서 이야기로 엮일 때 강력한 생명력을 갖는다. 지역 현장에서 발굴된 웅장한 서사가 온전히 빛을 발하려면, 박물관의 연구 성과와 현장의 조사 성과가 하나의 지휘 체계 아래서 융합되어야 한다.

 

전문성을 지키며 융합하는 글로벌 스탠다드

해외 문화 선진국들은 이미 기관 간의 장벽을 허물고 기능을 연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일본의 '국립문화재기구'는 국립박물관과 문화재 연구 기관을 하나의 거대한 틀로 묶어 운영하며 수집, 보존, 전시, 연구 기능을 유기적으로 수행한다. 프랑스 역시 문화부 산하 '문화유산·건축총국'이 박물관과 역사 기념물, 고고 유산 등을 함께 아우르며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단일 부처로 모든 것을 물리적으로 섞는 것만이 정답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문화유산을 보존·관리하는 기능과 이를 심도 있게 연구·전시하는 기능을 거시적인 행정 테두리 안으로 묶어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한 세계적 흐름이다.


전문성을 살리는 현장 중심의 통합

필자가 앞서 제안한 '지방관서(가칭 지방유산청)' 신설 역시 이 대통합을 전제로 설계되어야 한다. 국가유산청 산하의 7개 지방문화유산연구소와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13개 지방 국립박물관의 역량을 한데 모아 권역별 거점을 구축하는 것이다.

물론 일선 학예 인력들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인다. 통합으로 인해 고도의 훈련을 받은 학예연구직들이 일반 행정 잡무에 내몰려서는 결코 안 된다. 연구기관은 본연의 발굴과 조사를, 박물관은 소장품 관리와 전시·교육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되, 신설되는 지방관서가 이를 행정적으로 뒷받침하며 공동 사업을 기획하는 호혜적 구조여야 한다.

직군 간의 역할을 명확히 분리하고, 학술 연구의 자율성과 연구 시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장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최고급 학예 인력들의 전문성이 지역 현장 곳곳으로 온전히 스며들 수 있다.



권한과 예산의 재조정, 그리고 거시적 결단

조직의 통합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2025년 기준 국가지정유산 보수·정비 사업 등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지방비 부담 문제 등, 근본적인 예산과 권한의 재조정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지방관서 신설을 통해 국가가 온전히 국가지정유산을 책임지면, 지자체는 지방비 부담을 덜고 그 여력을 시·도지정유산과 비지정 향토유산에 쏟을 수 있다. 국가의 역할 확대가 오히려 지방의 자율적인 문화유산 보존을 돕는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 국가유산청, 국립중앙박물관, 지자체, 그리고 현장 전문가가 모두 참여하는 '대통합 논의 기구'를 출범시켜야 한다. 부처 간의 이견을 넘어 기능 통합과 권한 배분, 학술 자율성 보장, 재정 확보 방안을 투명하게 논의할 시점이다.

지역에서 오랜 시간 발로 뛰어온 행정가로서 확언하건대, 국가는 책임을 다할 현장 조직이 필요하고, 지역은 자신의 향토유산을 돌볼 여력이 절실하다. 26년 현장의 치열한 고민이 담긴 이 제언이 대한민국 문화유산의 새로운 100년을 여는 작은 불씨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끝)

 

[시골 학예사의 문화유산 다시보기] 껍데기 관리마저 떠넘긴 중앙... 묘수는 '산림청 모델'뿐(by엄원식)

 

[시골 학예사의 문화유산 다시보기] 껍데기 관리마저 떠넘긴 중앙... 묘수는 '산림청 모델'뿐(by엄

지난 편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의 '500만 관람객' 흥행 이면에 방치된 지역 향토유산의 서글픈 현실을 짚었다. 지자체가 예산을 투입해 유적지를 정비하면 핵심 유물(알맹이)은 중앙의 수장고로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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