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학예사의 문화유산 다시보기]시민기자 명함을 받았다, 그리고 국회서 걸려 온 전화(by엄원식)

10월 14일 오전, 우편물 하나가 도착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고 인쇄된 명함이었다. 26년간 지역 문화 행정 분야에서 일하다 퇴직한 지 10개월 만에 새로운 직함을 갖게 됐다. 명함 귀퉁이의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문구를 보며 지난 한 달을 돌아봤다.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글로 전하는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생각했다.
첫 기사를 송고한 것은 9월 17일이었다.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의 2027년도 예산안을 발표한 날, '우리고장 국가유산 활용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국비 93억 원이 줄면서 지방자치단체 매칭 예산을 포함해 총 230억 원 규모의 사업비가 감소하고, 18년 동안 이어 온 300여 개 사업도 축소되거나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관련 기사] '국가유산 활용사업' 예산 45% 삭감, 3천여 청년 실직 위기 https://omn.kr/2jtjn
예산 삭감은 사업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역 유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온 청년 기획자와 종사자 3000여 명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지방 소멸에 대응해 온 지역의 문화 생태계에도 타격을 줄 수 있는 결정이었다. 부처 간 칸막이 행정이 현장의 성과와 필요를 충분히 반영했는지도 따져 볼 문제였다.
문경시에서 문화 행정 실무자로 26년간 일한 경험과 국가유산활용학회 부회장으로서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관련 기사를 이어 썼다. 글은 투박했지만, 정책 변화가 현장에 미치는 영향과 예산 삭감의 근거, 사업의 성과를 구체적인 수치와 자료를 통해 짚어 보려 했다.
국회에서 걸려 온 전화
기사가 나간 뒤 국회의원실에서 연락이 왔다.
"기사 잘 읽었습니다. 문제의식에 공감하며, 다가오는 국가유산청 국정감사에서 예산 삭감 문제를 질의하고자 합니다."
나는 의원실과 소통하면서 현장의 사업 축소 상황과 부처 간 협업의 문제점, 사업의 경제적 효과 등을 정리해 전달했다. 투입 예산 대비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점도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설명했다.
때마침 국가유산 활용 분야의 3개 연합 단체도 국회 앞에서 삭감된 국비의 복원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공동입장문을 발표하며 목소리를 보탰다.
그리고 지난 10월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가유산청 국정감사가 열렸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우리고장 국가유산 활용사업' 예산 축소 문제를 지적했다.

이들은 예산 축소가 지역의 문화유산 활용과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지적하고 예산 복원을 요구했다. 문화유산 활용사업이 지역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지역경제를 뒷받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국가유산청장 역시 예산 복원 필요성에 공감하며 국회와 함께 노력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예산 문제가 국정감사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된 것이다.
행정에서 글쓰기로
공무원 시절, 나는 지역 사업에 필요한 국비를 확보하기 위해 예산철마다 서류를 들고 국회와 세종시를 오갔다. 행정의 틀 안에서 현장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이번 경험은 달랐다. 현장의 문제를 짚은 기사 한 편이 의원실의 관심으로 이어졌고, 관련 내용은 국정감사 질의로 다뤄져 국가 기관의 태도 변화를 끌어냈다. 언론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알리는 일이 정책을 논의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오늘 받은 시민기자 명함은 은퇴 후의 소일거리 이상의 의미가 있다. 26년간 지역 행정 현장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잘못된 정책을 감시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라는 무거운 책임감이다.
앞으로도 국민의 세금이 적절하게 쓰이고, 지역의 문화유산을 지키고 활용하는 현장 실무자들의 노력이 이어질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꾸준히 전할 생각이다.
[원문기사] 시민기자 명함을 받았다, 그리고 국회서 걸려 온 전화 -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명함을 받았다, 그리고 국회서 걸려 온 전화
오늘 아침, 우편물 하나가 도착했다. 반듯하게 인쇄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명함이었다.26년간 지역 문화 행정의 최일선에서 일하다 공무원을 명예퇴직한 지 꼭 10개월 만에 갖게 된 새로운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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