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과 민중 코스프레의 조선후기사
필자가 보기엔 우리나라 조선후기는 매우 역동적으로
향촌사회를 파고 들면 별의별 사람들이 다 모여살며
그 안에서 갖가지 욕망이 분출하고 충돌하는 공간일진대,
우리가 이 시대를 보는 눈은
양반의 눈으로 그 정신세계를 흉내내며 이 시대를 코스프레 하거나
민중이라는 모호한 용어로 피지배자 일체를 뭉뜽그려 파악하는 작업으로 인해,
그 세밀함을 잃고 이 시대를 정확히 보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 본다.
양반과 민중이라는 이 둘을 모두 포기해야 비로소 우리는 조선후기를 제대로 볼 수 있지 않을까?
*** [편집자주] ***
80년대를 풍미한 저 민중사관이라는 이름이야말로 한국역사를 뒤틀리게 한 원흉이라 하겠다.
민중, 참 말은 그럴 듯해서, 언제나 이 민중은 집합명사이자 추상명사였고, 그런 집합추상명사가 반제 반봉건을 기치로 권력에 맞섰다는데 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네 대부분이 이름을 잃어버렸기에 이렇게 이름했겠지만, 그런 추상하고 집합한 것들을 구성한 다양한 움직임을 하나로 매몰해 버렸다는 데 문제의 심각이 있지 않겠는가?
그것을 구성하는 사람들 또한 이해관계는 다 달랐고, 그들이 추동한 일이 설혹 혁명이라 해도, 참여 동기도 다 달랐을진대, 그것을 하나로 뭉뚱그려, 오직 반제반봉건이라는 괴물로 묶어낼 수 있는가?
그네 중 반제 반봉건이라는 개념 자체를 알고 있던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제국주의? 봉건주의? 그에 반대하는 기치를 내걸어? 한심한 역사관이다.
그 한심한 역사관이 그 어떤 오류도 용납하지 못하는 정답인양 군림했다는 데 한국 역사의 비극이 있다 하겠다.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