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노년의 연구

양반의 가마니 만들기, 사무라이의 새장 만들기

신동훈 識 2025. 8. 25.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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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파적도-. 

가운데 고양이를 쫒는 주인공은 양반 밑바닥 쯤 된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아마 맞는 이야기 일 것이다. 

고양이를 잡느라 머리에서 벗겨져서 그렇지 원래 머리에는 관을 하나 쓰고 있었고

장죽 길이를 보면 양반이 맞는 듯 하다. 

그런데 그는 김단장 지적하신 대로 가마니를 삼고 있다. 

이 정도 집안 꼴이라면 뭐 벼슬은 이미 5-6대 끊어졌을 테고

호적 조사나 나오면 간신히 유학호나 유지하고 있으리라. 

그가 가마니를 삼는 것은 살림살이에나 보태자고 하고 있을 터. 

저런 집안 꼴에 과거 급제자가 나올 리가 없다. 

한국에 이런 양반들이 있다면 

일본에는 하급 사무라이들이 있다. 

일본 막번체제의 말단에 위치한 이들로 

농민이나 상인이 아니라 무사신분으로 칼을 차고 다니지만

차라리 농민이나 상민인 편이 나을 뻔한 쥐꼬리 녹봉을 받아 

간신히 먹고 사는 부류로 

이들은 녹봉 가지고는 입에 풀칠도 못해 

퇴근하면 돌아와 새장 만들기 등 각종 부업을 했다. 

일본 막번시대 말기에는 이런 하급무사들이 바글바글 했다. 

그야말로 기아선상에서 헤메면서

간신히 사무라이라는 끈 하나 붙잡고 사는 이들로 

상급무사들은 이들을 사무라이로 보지도 않았다. 

이런 이야기를 담은 일본 영화가 "황혼의 사무라이"이다.

https://youtu.be/g6iCEpbFaeA?si=7dDGeJs5w_MHf49v


영화의 주제가. 

이 영화의 주인공은 쇼나이 지역의 번사로 사무라이 말단이다. 

낮에는 번사로 일을 하고 퇴근해서는 매일 부업을 해야 먹고 사는, 

간신히 먹고사는 하급무사이다. 상급무사는 저건 무사도 아니라고 비웃고

자신도 매일 같이 격무에 지쳐간다. 

300년 막번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각 번의 하급무사들은 무더기로 탈번했다. 

혹자는 막부편에 서기도 하고 혹자는 그 반대편에 서기도 했는데

아무튼 어느 쪽에 서던간에 좌우간 더이상 막번체제의 쥐꼬리 봉급을 견디지 못하고 

칼을 들고 격랑에 들어간다. 

우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19세기 말 민란과 동학혁명에 가담한 사람들이 

모두 애국적 동기에 충만한 

척왜양이의 깃발을 들고 나선 사람들이라고 보면 천만의 말씀이다. 

그 중에 다수는 양반 끝머리로 간신히 먹고 살던 이들이 

더이상 못버티고 뛰쳐 나온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고, 

가짜 양반으로 신분을 상승시킨 사람들이 

혼란의 와중에 큰 몫 한번 잡아 보겠다고 나선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수탈에 대한 저항"이라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동기다. 

"저항"이라는 것만으로 세상을 바꿀수 있을까. 

사실 세상은 "신분상승의 욕구"가 강한 이들이 

"나도 한번 성공해보겠다"는 그 에너지가 분출될때 비로소 바뀌지 않겠는가. 

19세기 말 격랑속에 몸을 맡긴 사람들이 

과연 어떤 동기에서 그렇게 움직였는지 

미리 선입견을 갖고 보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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