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논의도 집어삼키는 민족주의
민족주의가 약자에게는 유일하게 의존할 수 있는 버팀목이자 무기가 된다는 점에서
그 역사적 효용성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
한국인에게도 민족주의가 효율적으로 작동한 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민족주의가 어떤 정상적 논의도 집어 삼키는 괴물과 같다는 점이다.
민족주의는 다른 논의와 공존이 불가능하다.
다른 모든 논의의 상위에 존재하면서
민족주의라는 이 막강한 액시옴에 반하는가 아닌가를 끊임없이 감시한다.
비유하자면 민족주의가 준동하는 시스템에서는
민족주의는 헌법과 같다.
헌법에 반하는 모든 법률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폐기되듯이
아무리 심각한 논의라도 상위 이데올로기인 민족주의에 반하면 폐기된다.
우리나라 지성계에서 제대로 된 논의와 논쟁이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뭐 좀 이야기 할만하면 민족주의가 준동하여 판을 엎어 버린다.
조금만 논의가 가열될 만하면 반민족적 행위라던가 사고라는 말로 논의를 강제로 해체시켜 버린다.
이렇게 수십 년만 지나고 나면 남는 것은 민족주의라를 골격 외에는 너덜너덜해진 논의들뿐이다.
이런 논의 수준으로 세계무대에 나가니 먹힐 리가 없다.
요는-.
한국은 아직 고민이 부족한 것이다.
그리고 그 고민과 논의를 방해하는 제일의 공적은
과거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민족주의다.
민족주의를 폐기해야 한국의 지성계가 살아난다.
요즘 한국 문화계가 좀 뜬다고 해서
민족주의를 슬쩍 숟가락을 그리 얹으려는 시도도 보이는데
필자가 단언컨대
민족주의를 가지고 국제무대로 나가 떠들 수 있는 자리?
그런 건 이미 이 세상에 없다.
오직 한국민족주의라는 매트릭스 세상에만 존재하는 것이니
이제 한국 지성계는 매트릭스 세상에서 벗어날 빨간 약을 먹을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