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를 잊는다는 것은 절연한다는 것
인더스문명에도 뭔가 글자가 있었다는 데는 사람들이 동의한다.
글자로 보이는 것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읽지를 못한다.
쓰던 문자를 잊는다는 것은 과거와의 단절이다.
비슷한 예로 이집트 히에로글리프가 있다.
이 글자가 해독될 때까지 그 문자 해독은 오랫동안 잊혀졌다.
이집트 문명에서 고대와의 단절이었다 할 것이다.
과거와의 단절은 반드시 안타까와 할 만한 일은 아니다.
필요에 의해 그 단절을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집트 문자건 인더스문명 글자건 간에 어느 시기인가에 스스로 망각을 선택해야 하는 계기가 있었을 것이다.
이를 무조건 문명 몰락의 결과로만 볼 필요는 없다.
그 글자를 쓰는 이들이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글자를 폐기하고 과거와 절연하는 것이다.
그리고 문자가 잊혀짐과 동시에 과거와 단절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20세기 이전까지 거의 대부분의 기록을 한문으로 남겼다.
번역하지 않는 한 읽을래야 읽을 수가 없다.
사실 우리가 이 20세기 이전 글들을 자유롭게 읽을 수 있고
이에 지금도 부화뇌동하고 있다면
지금 독립국으로서의 한국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에 흡수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20세기 이전의 우리 문명이 남긴 한문 기록은
21세기 이후 우리 자손들이 살아 남는 양식으로 쓰기에 부적당하다.
그 시대가 꿈꾸던 이상사회는 우리가 막상 그렇게 하려고 해 보니
나라 전체가 거지꼴이 되어 수백 년을 허우적 거렸고
그러고도 조선시대 글을 보면 중국에 대해 맹목적으로 사대하는 글이 수두룩하다.
사대를 이윤 남는 대중국 무역의 또 다른 이름 정도로 가볍게 보는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는 그렇게 쉽게 볼 일이 아니고 모두 잊혀져야 마땅한 글들이라는 말이다.
아마도 이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필자는 20세기 이전 우리의 기록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 정신세계에 이롭다고 생각한다.
그 시절 이야기를 따라가고 곰씹어 봐야, 남는것은 사대주의에 거지꼴 밖에 없었다는 것을 이미 지겹게 입증했기 때문에.
이집트가 히에로글리프를 버리고 새로운 시대로 들어갔듯이
인더스문명이 그 문자를 버리고 베다 시대로 들어갔듯이
21세기 한국문명도 이전과는 확실히 절연해야 하고,
그 첫번째 작업은 우리의 20세기 이전 기록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과거의 우리 문화 유산을 금과옥조로 보고 무조건적 찬상을 날리는 경우도 본다마는,
필자가 보기에 우리 전통 기록들에는 독배가 많이 숨어 있다.
우리가 절대로 따라가서는 안 되는 독극물이 글 안에 풀어져 있다는 뜻이다.
지금도 무수히 남아 있는 한문 전적들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우리 조상이 남긴 귀중한 글들이니 모두 충실히 다 한글 번역해 내는것이 옳은가?
재조번방지 같은 글을 악착 같이 한글로 번역해서 도대체 우리 정신세계에 무슨 도움이 될까?
마땅히 도서관에 넣어두고 봉인해 버리는 것이 더 맞는 것이 아닐까?
어차피 제한된 자원으로 20세기 이전 한문 전적들을 번역해야 하는 것이라면,
어떤 글을 번역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고민에 이런 부분도 반드시 있었으면 한다.